[기자수첩] 음식사진 SNS에 못올리는 친구들

김영란 법 SNS
한 일식집에서 찍은 음식 사진, 누구와 언제 어디서 얼마주고 먹었다고 올렸다가 김영란법에 걸리기 딱 좋다.

최근 한국에 있는 친구들의 SNS를 돌아보다 한가지 재밌는 변화를 발견했다. 바로 음식 인증샷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그럴만 한 일이었다. 바로 김영란법 때문이었다. 친구들 상당수가 공공기관, 언론 그리고 컨텐츠 제작사에서 일한다. 즉 김영란법 적용대상이다.

평소 ‘먹즉생’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미식가인 한 친구는 자신의 SNS는 물론 블로그에 올라 있던 음식 사진도 싹 지웠다. 당분간 음식 사진을 올릴 생각도 없다고 했다.

이 친구는 워낙 ‘있는 집’에서 컸고 결혼도 비슷한 집끼리 했다. 본인 수입도 괜찮거니와 와이프 벌이까지 좋고 여기에 물려받은 것도 꽤 되다보니 매번 비싼 음식점에 가 흔히 볼 수 없는 고가의 음식 사진을 자주 올렸다. SNS에 해시태그와 체크인도 거르지 않아 어딜가면, 뭐를, 얼마에 먹을 수 있는지 친절히 알려주고는 했다. 덕분에 며칠에 한번씩 눈 호강을 해 내심 고마웠는데 이제는 이런 일을 안하겠다고 했다. 본인 것은 물론 친구 밥값도 흔쾌히 내는 친구지만 “사진에 직장 동료나 혹은 또 다른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가 들어가면 어쩌냐”며 자신의 인생지론인 ‘가늘고 길게’ 가려면 SNS를 끊어야 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구 한명도 골프나 기타 취미 활동 사진을 끊었다. 골프, 야구, 낚시, 등산 그리고 해양 스포츠까지 못하는게 없던 이 친구도”혹시라도 대접받는가 오해 받을까 싶어서 무섭다”며 취미활동은 그대로 하되 사진은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

단체카톡을 가만히 보던 친구가 한다는 소리가 재밌다. 얼마전 한 관련 부처 여직원과 밥을 먹었다는 노총각 녀석이 “그 아가씨가 얼마 후 생일이라는데 어쩌냐”고 하자 대뜸 ‘사귀어라’고 한다. 법원에서 ‘애인 열외’라고 유권해석을 했으니 안전하다는 말이다. 상사가 회식을 하자면 어쩌냐고 하니 “저 돈 없는거 아시잖아요. 제 사정으로는 더치페이 안돼요”라며 딱 자르라고 한다. 김영란법 위반여부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란파라치’가 무섭다는 친구에게는 “사표내고 이민가”라고 독설을 날렸다.

한국 사회에서 왜 김영란 법이 나왔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며 일정 부분은 격하게 동감한다. 워낙 비상식과 갑질, 그리고 몰상식이 난무하다 보니 이렇게라도 해보자는 게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정착이 될려면 얼마나 걸릴지 까마득하기도 하다. 우리는 김영란법이 개인의 취미 활동을 제한하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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