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씨 사망 이후] 부검영장 둘러싸고 “이미 보여줬다” vs “숨기는 게 있다” 강대강

-영장 전문 공개 두고 경찰과 유족 입장 평행선

-警 “법원과 검찰 의견서 받아 영장 공개 여부 결정할 것”

-“법원 의견서가 향후 협상에 중요 변수될 가능성 커”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난해 11월 1차 ‘민중총궐기 시위’ 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혼수상태에 빠진 끝에 숨진 고(故) 백남기 씨의 부검 영장 공개와 관련해 경찰과 유족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경찰은 이미 변호인단에 영장 내용을 공개했다는 입장이고, 유족 측은 경찰이 영장 일부를 숨기는 것이 아니냐며 맞서고 있다. 경찰은 영장 전문 공개에 대한 의견서를 법원에 요청한 상태로 법원 판단에 따라 영장 전문 공개 여부가 판가름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 종로경찰서는 유족 측에 지난 4일까지 협상 주체와 장소, 일시를 알려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유족 측은 “부검을 전제로 한 어떤 협상에도 응할 수 없다”며 경찰의 제안을 거부했다. 오히려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및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는 종로경찰서에 부검영장 전문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한 상태다. 투쟁본부는 협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 영장 전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진=백남기 씨 유족과 투쟁본부가 지난 4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검영장 전문을 공개하라”며 경찰에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백 씨의 부검영장 전문 공개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법원이 조건부 부검 영장을 발부했던 지난달 28일 영장 내용을 변호인에게 전달했기 때문에 이미 충분한 정보를 유족에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발부 당시 백 씨 측 변호인단에게 영장 내용을 모두 읽어줘 영장 내용은 공유가 된 상태”라며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영장 제한 조건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장 전문 공개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에서 경찰이 영장 공개를 거부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현재 법원과 검찰에 의견을 요청한 상태로 아직 회신을 받지 못해 내부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경찰은 지난 5일 유족 측에 협상 시한을 오는 9일까지로 연장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다시 전달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여전히 전문 공개없이 협상은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협상을 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검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유족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이정일 변호사는 “공개된 영장 제한조건 이외에도 영장의 발부 취지와 내용 등 유족에게 필요한 정보가 제공되자 않은 상태”라며 “영장에 대한 법률적 검토가 끝나야 유족 측도 제대로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투쟁본부 관계자 역시 “이미 영장 내용 중 쟁점이 됐던 제한조건 등이 공개된 상황에서 전문을 공개하지 않는 경찰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경찰이 영장 내용 중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백 씨의 영장 전문 공개는 결국 법원과 검찰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을 발부한 법원이 유족 측에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던 만큼 법원의 의견서가 영장 공개에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이번 영장 공개 여부를 통해 ‘충분한 자료제공’의 기준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유족과의 부검 협상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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