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대통령이 쳤는데…뒷수습 바쁜 필리핀 장관들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미국과의 동맹 관계와 관련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거침없는 비판 발언에 델핀 로렌자나 국방장관이 “대통령이 잘못된 정보를 얻은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과의 동맹에 찬물을 끼얹으며 단교 가능성까지 시사한 대통령의 발언에 국방장관이 수습 역으로 나선 모양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군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서 별로 얻은 것이 없다는 취지의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에 로렌자나 국방장관은 필리핀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상반된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그것이 내가 대통령이 잘못 알고 있다고(misinformed) 생각하는 이유다. 그가 얻은 정보는 불완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면서 “아마도, 국방부나 군대가 그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소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료=필리핀 국방부(DND)]

로렌자나 국방장관은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의 합동상륙훈련(PHIBLEX)으로 필리핀군은 새로운 화기와 기술, 방탄복, 전술 훈련, 사격술, 자연 재해에 대한 발빠른 대응 방법 등을 접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에 따르면 미국 군만 훈련에서 이득을 얻는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최고사령부(GHQ)와 군에서 얻는 바에 따르면 (우리에게도) 혜택이 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연이어 반미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4일 “마약 퇴치를 도와주기는커녕 처음으로 비판한 게 미국 국무부였다”며 “오바마 당신은 지옥에나 가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과의 합동상륙훈련을 앞두고는 “이것이 미국과 필리핀의 마지막 합동 군사훈련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연이은 거친 발언에도 동맹 관계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양국 관계가 균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로렌자나 국방장관의 발언이 갈등 봉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을 장관이 나서서 진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소탕전을 중단하라는 유엔 인권기구의 촉구에 “유엔을 탈퇴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자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이 “유엔에 대한 깊은 실망감 때문”이라며 “유엔에 잔류할 것”이라고 논란을 무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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