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툭하면 모금 할당…기업경쟁력 갉아먹는 준조세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연일 확산되면서 기업의 ‘준조세’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준조세는 기업이 부담하는 기부금이나 성금을 포괄하는 의미로 통용된다. 법인세 등 기업활동에 따른 세금과는 달리 내도 그만, 안내도 그만이다. 그런데도 조세(租稅)에 준(準)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사실상 세금처럼 강제성을 띠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의 성금과 기부활동은 이익의 사회 환원이란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게 너무 지나치다는 문제다. 기업들이 부담하는 준조세는 2014년 기준 44조6708억원(4대 보험과 사회보험료 포함)으로 법인세(42조6503억원)를 넘어섰다.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는 출연금과 기부금을 더하면 그 규모는 훨씬 많을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될 정도니 ‘준조세 관행 혁신’이란 말이 나올만도 하다.

이번에 동티가 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만 해도 그렇다. 재단 설립을 위한 기금 모금은 일사천리로 이뤄져 불과 1주일만에 각각 486억원과 288억원을 거둬들였다고 한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았다고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협조를 요청하는 형식으로 납부 시점까지 정해져 내려오는 데 일개 기업이 이를 외면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굳이 ‘자발적’이라면 누가 돈을 얼마나 낼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하는 정도일 것이다. 이마저 대개는 재계 서열에 따라 분담률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이런 식의 부담금은 도처에 널려있다. 현 정권들어서만도 청년희망펀드, 창조혁신센터,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기부금 또는 출연금 등을 울며 겨자먹기로 내놓았다. 여기에 각종 재난 재해가 닥치면 당연하다는 듯 기업만 바라보고 있다. 세월호 사고 당시에도 10대 그룹이 부담한 성금만 600억원이 훨씬 넘는다. 연말연초 불우이웃돕기 모금 참여는 기본이다. 기업의 준조세는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일이 터질 때마다 기업 돈을 걷어 해결하려는 구시대적 관행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기업들은 문화예술 등 다양한 형태의 기부활동과 사회공헌에 참여할 것이다. 그게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기업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정부의 관련 정책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준조세가 기업 활동을 옥죄는 상황에선 글로벌 경쟁력을 제대로 키우기는 힘들다. 유독 현 정권 들어 준조세가 많아지고 있다는 재계의 푸념을 박근혜 정부는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뒤로는 준조세를 강요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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