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의로운 죽음 ②] ‘의로움’보다 ‘직무관련성’에 무게…맞는 법일까?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지난해 11월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화재 당시 화기 책임자였던 장모 씨는 호루라기를 불며 동료들을 대피시키다 결국 유독가스 중독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장 씨는 의사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화기 책임자로서 직무를 수행하다 사망했기 때문에 의사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었다.

직무 관련성 여부는 의사상자 선정의 중요 기준 중 하나다.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직무와 관련없이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을 의사자로 보고 있다. 타인을 위해 살신성인 했더라도 그것이 직무상 행동이라면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의사자 인정 기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킨 계기가 됐다.

의사자 인정 여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촉발됐던 충격의 세월호 사태의 애도 물결 장면. [사진=헤럴드경제DB]

세월호 승무원 고(故) 박지영 씨는 당시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 조끼를 여학생에게 양보하고, 승객들이 구조선에 오르는 것을 돕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박 씨를 의사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선원이 위험에 처한 승객을 구한 것은 직무상 행위에 해당돼 의사자 선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이었던 박 씨가 선원이 아닌 선내 서비스 업무를 맡았다면 승객 구조는 박 씨의 직무가 아니기 때문에 의사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논란 끝에 박 씨는 보건복지부 심사를 거쳐 의사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직무 관련성 요건이 논란이 되자 이언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 개정에 나섰다. 이 의원은 직무와 연관 있어도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사망했다면 의사자로 인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19대 국회 종료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세월호 사고 당시 계약을 맺고 수색업무에 참여한 일부 민간 잠수사들은 여전히 의사상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당시 수색 중 사망하거나 지병을 얻은 잠수사들은 의사상자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적 계약에 따라 일당을 받고 직무상 구조행위를 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적계약에 따른 구조행위도 직무상 행위로 해석하면 의사상자를 협소하게 인정하게 돼 사회정의 실현에 장애가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 의원은 의사상자 인정기준을 ‘법률상 책임 있는 경우’로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법률상 책임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의사상자를 광범위하게 인정하자는 취지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