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누진제 소송 첫 판결] ‘전기료 폭탄’ 불만컸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올해 ‘전기료 폭탄’ 관련 초미관심이었던 사안

-법원 “약관이 무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 전국 진행중인 9건의 소송에도 영향줄 듯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주택용 전력에 한해 누진제를 적용한 한국전력공사의 ‘주택용 전기공급 약관’은 정당하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특히 올해 폭염으로 인해 서민들이 ‘전기료 폭탄’을 맞으면서 비판 여론이 비등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부당하지 않다” 쪽이었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전기를 많이 사용할수록 요금 단가를 높게 책정하는 제도로, 지난 1974년 제1차 석유파동으로 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정우석 판사)은 6일 정모 씨등 17명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정 씨 등은 2014년 8월 “한전이 위법한 약관을 통해 전기요금을 부당하게 징수한 만큼 정당하게 계산한 요금과의 차액을 반환해야 한다”며 각각 8만∼133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법원은 “정 씨 등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약관이 무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기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주무부 장관이 세부사항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한전의 주택용 전기요금 약관은 주무부 장관이 적절하게 심의해 인가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약정이 만들어질 당시 누진율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알 수 없어 고시에 따른 판정 기준을 명백히 위반했다거나 사회 산업정책등에 따른 적정 수인한도에 어긋났는지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한전의 약관은 누진제에 기반하면서도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전기요금을 감액토록 하고 있으며, 여러 나라에서도 사회적 상황이나 사회 구조 전력 수요에 따라 누진제가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전은 지난 42년 간 주택용 전력에 한해 사용량을 6단계로 나눠 누진제를 적용해왔다. 월 100㎾h 이하를 쓰는 가정의 전기료 단가는 ㎾h 당 60.7원이지만, 월 500㎾h를 넘게 쓰는 가정에선 ㎾h 당 11.7배인 709.5원을 내야한다.

이에 정 씨 등은 지난 2014년 8월 “누진제를 적용해 부당하게 징수한 전기요금을 돌려달라”며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과정에서 정 씨 등은 “다른 전기요금과 달리 일반 가정에서 쓰는 주택용 전기요금제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독점사업자인 한전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규정을 통해 부당이득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전 측은 전기 절약과 저소득층 배려 등 공익적 목적으로 누진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맞섰다.

이번 판결 결과는 현재 전국에서 진행중인 9건의 누진제 소송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인강에 따르면 이번 선고를 제외한 누진제 관련 소송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3건, 대구ㆍ대전ㆍ부산ㆍ광주 등 전국 지방법원에서 6건이 진행 중이다.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시민은 지난 8월 1만명을 넘어섰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