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 반나절 태풍이 안긴 공포…빠르고 강했다

-안전처, 6일 오전 기준 사망 5명ㆍ실종 5명

-울산이 가장 큰 피해…사망 2명, 차량 침수 1400대 이상

-부산 마린시티, 태풍 때마다 ‘월파’ 피해ㆍ대책마련 시급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제18호 태풍 ‘차바’가 겨우 반나절 동안 남부지방을 할퀴고 간 흔적은 심각했다.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시민들은 강력한 태풍의 위력에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를 느껴야 했다. 농민들은 강풍으로 떨어진 과일과 침수된 농작물에 넋을 잃었다.

국민안전처가 6일 오전 6시 기준으로 집계한 피해상황에 따르면 이날 울산 중구 태화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50대 여성의 시신을 발견해 사망자는 모두 5명으로 늘었다.

현재 실종자는 5명으로 울산 울주군에서 구조에 나선 소방공무원 1명과 제주에서 정박한 어선을 이동하던 1명이 실종됐다. 경주에서는 차량 전도로 1명, 논 물꼬를 확인하다 급류에 휩쓸려 1명이 각각 실종됐다. 경남 밀양에서는 잠수교로 진입한 차량이 떠내려가면서 1명이 실종 상태다.

이번 태풍의 영향으로 주택은 14동이 반파되고 508동이 침수돼 울산, 전남, 경북, 경남, 제주 등지에서 90세대 19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도로 17곳이 유실되고 하천 6곳이 제방유실됐다. 경북과 울산 등 21곳에서는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했으며 방파제 2곳도 파괴됐다.

차량피해는 물폭탄이 쏟아진 울산 900여대를 비롯해 부산ㆍ경남에 집중됐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5일 오후 6개 주요 손해보험사들에 접수된 차량 침수ㆍ파손 피해는 1432건으로,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차량 피해액이 10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부산경찰 페이스북]

부산에서는 바닷가에서 집중적으로 피해가 발생했다. 초고층 주거시설이 집중된 해운대 마린시티는 파도가 덮쳐 바닷물에 의한 도로와 건물의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1층 상가는 유리창이 깨지고 보도블럭이 가게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 지역 주거ㆍ상업시설의 피해가 지금까지 100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마린시티의 태풍 피해는 2003년 9월 ‘매미’와 2010년 8월의 ‘덴무’, 2012년 7월의 ‘볼라벤’과 ‘산바’ 등 태풍이 상륙할 때마다 바닷물이 넘쳐 극심한 피해를 봤다.

마린시티에 거주하는 윤영찬(55) 씨는 “파도가 도로를 삼키는 모습이 마치 재난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면서 “매번 태풍이 올때마다 걱정이 앞서는데 보다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울산에서는 피해규모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

인명 피해는 사망 2명, 실종 1명, 부상 3명 등 총 6명으로 늘어났고, 주택 침수 764건에 14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침수피해를 입은 중구 태화동과 우정동, 울주군 반천 등은 물이 늦게 빠져 피해가 컸다. 상가 200여곳과 1400여대의 차량이 침수됐으며, 일부 아파트ㆍ상가의 지하주차장이 아직 물에 잠겨 피해차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등 울산 북구와 울주군의 공장 21곳도 침수돼 생산시설 가동이 중단되는 등 산업현장의 피해도 속출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피해집계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정확한 피해액은 지켜봐야겠지만 대략 수천억원의 피해규모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강풍으로 수확을 앞둔 벼가 쓰러지고 사과 배, 단감 등의 낙과 피해도 속출했다. 경남도 재난안전건설본부는 5일 오후 6시 현재 도내 농작물 968.6헥타르와 농업시설 23.2헥타르 등 1000여헥타르에서 태풍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주로 벼 침수가 많았고 과일 낙과, 하우스 피해 등이었다. 제주와 전남에서는 1397헥타르에 걸쳐 벼가 쓰러지고 낙과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통상 낙과 피해는 태풍이 지나간 뒤 농민들이 현장을 확인하고 읍ㆍ면사무소 등에 신고하는 사례가 많아 피해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남 하동군에서 농사를 과수원 짓는 박현민(58) 씨는 “태풍이 비켜갈 것이라는 예보를 믿고 수확에 나서질 않았는데 태풍진로가 바뀌어 낙과 피해가 커졌다”며 “애써 키운 과일이 반 이상 땅에 떨어지는 것을 그저 넋을 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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