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 100년간 10개 뿐이었던 10월 태풍에 쑥대밭, 왜?

-기상청 “제주 인근 수온 올라간 게 주원인”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제 18호 태풍 ‘차바’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제주와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주택과 도로, 산업시설이 침수됐다. 인명피해는 사망 5명, 실종 5명 등 모두 10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1904년 이래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345개다. 이중 10월에 온 태풍은 10개에 불과하다. 상당히 이례적인 ‘10월 태풍’인데 기상청은 제주 인근 수온이 올라간 것을 이유로 꼽는다.

태풍 차바는 기록적인 강풍과 호우를 기록했다. 10분간 분 바람의 평균인 ‘최대 풍속’은 초속 49m를 기록했다.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가장 강한 바람이다. ‘순간 최대 풍속’은 초속 56.5m를 기록해 역대 6위 수준이다. 제주 서귀포에선 시간당 116.7㎜(누적 289.1㎜)의 비가 쏟아졌다. 서귀포 기상 관측 사상 가장 강한 비였다. 제주 윗세오름에서는 4~5일 누적 강수량이 659.5㎜(시간당 173.5㎜)나 됐다.

태풍 차바는 10월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태풍 중에서 가장 강한 태풍으로 분석된다. 태풍은 통상 한여름에 많이 발생한다. 10월에 우리나라 육상ㆍ해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10년에 1번꼴이다.

태풍 차바 이전에 국내에 영향을 끼친 10월 태풍으로는 2013년 10월 24호 태풍 다나스가 있었다. 1994년 태풍 29호 ‘세스’도 그해 10월 남해안에 상륙했지만 강도는 차바에 미치지 못했다.

이례적인 10월 태풍 ‘차바’가 인명ㆍ재산피해를 남기고 사라졌다. 사진은 역대 주요 10월 태풍 경로도. [사진=기상청]

태풍 차바가 이처럼 이래적으로 기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전문가들은 높아진 수온을 꼽는다. 태풍은 바다에서 수증기를 공급받으며 생명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한다. 북상하는 태풍은 북위 30도 정도까지 오면 보통 기세가 서서히 약해진다. 해수 온도가 낮아지면서 공급되는 수증기량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제주도 남해상의 해수 온도는 평년보다 1∼2도 높았다. 이 때문에 차바는 규모가 작으면서도 강한 기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올여름 한반도에 살인적인 폭염을 부른 북태평양고기압도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은 “10월 초까지도 일본 남동쪽 해상에 중심을 둔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한 세력을 유지하면서 차바는 일반적인 진로인 일본 남쪽해상이 아닌 한반도 부근으로 북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태풍 차바로 인한 재산 피해도 크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2공장 등 10여곳의 가동이 중단됐다. 차량 980여대 침수, 어선 1척 전복됐다. 22만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도로 55곳이 한때 통제됐고 항공편 국제선 4편, 국내선 63개 항로 등 120편이 결항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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