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억 들인 ‘소방 로봇’, 2년 동안 출동 횟수 ‘0’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소방당국이 화재현장의 효율적인 진압을 위해 거액의 예산을 들여 무인 방수 로봇을 실전 배치했지만 실제로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이 6일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인 방수 로봇의 최종 업그레이드 버전인 제3차 소방로봇이 지난 2014년 4월 울산과 경남에 1대씩 배치됐지만 최근 2년 동안 출동 횟수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김해소방서에 배치된 소방로봇은 배치일 이후 현재까지 관할 지역에서 593건의 화재가 발생했지만 단 1번만 실전에 출동했다. 울산 온산 소방서도 같은 기간 관할 지역에서 365건의 화재가 발생했지만 소방 로봇은 단 3회만 실전에 활용됐다.

[제1차 소방로봇 가운데 무인방수 로봇(왼쪽)과 화재정찰 로봇(오른쪽). 소방당국은 소방로봇 사업에 모두 33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실제 화재 현장에서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사진=국민안전처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실 제출 자료]

두 로봇 모두 2014년 배치된 이후 같은 해 7~9월에 출동한 뒤 지난해와 올해에는 출동 실적이 전무해 ‘보여주기식 출동’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3차 소방로봇은 제1차 소방로봇에 자체 소방펌프 및 포소화 시스템을 탑재하고, 소규모 공간 및 장애물 지형의 주행 능력을 향상시킨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제3차 소방로봇 개발비로 정부 예산 5억원이 투입됐으며, 1대당 가격은 1억5300만원에 달한다. 제1차 소방로봇 가운데 화재정찰 로봇의 경우 2011년 12월 총 42대를 4억4000만원을 들여 개발ㆍ배치했지만 성능 미달로 인해 실제 화재현장에서 한번도 쓰이지 않아 지난 2월 감사원의 지적까지 받았다. 무인방수로봇 역시 1대당 1억1000만원을 들여 16대가 배치됐지만 실전 사용횟수는 단 3회에 그친다.

일선 소방현장 관계자들은 거액 예산이 투입된 소방로봇의 활용이 저조한 까닭으로 잦은 고장과 장애물 극복능력에 제한이 있는 기술적 한계를 꼽는다. 즉 제1차 소방로봇의 한계점이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제3차 소방로봇 개발이 추진돼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홍 의원이 확인한 ‘제3차 소방로봇 고장내역’에 따르면 무선조작, 방수포, 카메라, 충전기, 배터리, 메인스위치 및 동력펌프 등에 총체적 문제가 있어 2년 동안 김해 로봇 11건, 울산 로봇 5건 등 모두 16차례나 수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1차 소방로봇 개발에 국가예산 25억원이 쓰였고, 제2차 관리사업에 2억5800만원, 제3차 소방로봇에 5억원 등 소방로봇 사업에 모두 33억원 예산이 쓰였지만 무용지물이 돼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국민안전처는 내년 4월에 소방로봇을 정부에 반납할 예정이며 현재로서 향후 추가적인 로봇사업은 계획에 없다는 입장이다.

홍 의원은 “경제ㆍ산업의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현 상황에서 로봇 산업은 지속 발전 가능한 몇 안 되는 신성장 동력 산업”이라며 “로봇 산업을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 아닌 실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중심이 돼 ‘정부 로봇 개발 추진 사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한 뒤, 관련 개선 방안과 ‘로봇발전 마스터플랜’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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