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의 저주… 네번째 희생자는 이탈리아 렌치 총리?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콜롬비아의 평화협정 국민투표, 헝가리의 난민할당제 국민투표…

올해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국민투표들은 줄줄이 국민들의 반대로 부결되거나 참여율 저조로 무효가 됐다. 이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국민투표를 추진했던 정부 여당은 치명타를 입어야 했다.

그리고 국민투표의 저주로 인한 이 다음 희생자는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총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이탈리아는 오는 12월 4일 헌법 개정 문제를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핵심 내용은 315명의 상원의원을 100명으로 줄이고, 그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렌치 총리는 상원을 축소함으로써 정치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정치 안정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에도 속도를 붙인다는 구상이다. 상원과 하원이 동등한 권한을 지닌 이탈리아의 정치 체계는 양원이 정부의 입법안을 주고 받으며 입법을 지연하거나 차단해온 탓에 이탈리아 정치 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여겨져 왔다.

렌치 총리는 이번 국민투표에서 지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며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 그는 최근 한 연설에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 나라를 바꾸고 싶다면 나를 지지해 달라”며 “국민투표가 통과하지 못한다면 향후 30년 동안 누가 총리가 되건 거부권과 공갈, 관료제의 노예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오성운동을 필두로 한 야당 진영은 ‘렌치 심판론’를 내걸고 연대하며 국민투표 부결을 벼르고 있다. 이들은 헌법이 개정되면 행정부의 권한이 비대해져 민주주의를 손상시키고, 상원과 하원의 관계가 달라져 정치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비판한다. 더불어 최근 가중되는 난민 위기와 경제 성장 둔화 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반(反) 렌치’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울팡고 피콜리라는 정치컨설턴트는 “렌치 총리가 (국민 투표 안건에 대한) 문제를 설명하는 데는 5분이 걸리는 반면, 야당 측이 설명하는 데는 ‘그것은 렌지에 대한 것’이라고 말하면 끝이다”라며 렌치 총리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말했다.

여론은 대체적으로 팽팽한 가운데 반대 의견이 다소 높다. 최근 코리에르 델라 세라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찬성 23%, 반대 25%, 미결정 혹은 무응답 52%로 나타났다. 또 이번주 EMG 조사에 따르면 찬성 31%, 반대 36%, 미결정 33%였다. 어느 쪽도 아닌 응답이 많은 탓에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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