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M&A 이면] ‘보호주의·규제·저성장’에 멈춰선 글로벌 ‘M&A’ 엔진

올 1~9월 전세계 M&A규모 22%↓
美·유럽 주춤한사이 中새강자 부상

작년까지만해도 식을 줄 모르던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멈춰섰다. 보호주의, 각국 정부의 규제, 저성장 등으로 인해 M&A 엔진이 식어버린 탓이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세계 M&A 규모는 2조5500억 달러(약 2822조원)로 전년 동기대비 22%나 감소했다. 이는 3년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그간 글로벌 M&A의 중심축이었던 미국과 유럽이 ‘보호주의 유리병’에 갇힌 동안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무기로 각국의 기업들을 쓸어담았다. 이로 올해 글로벌 M&A시장에선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는 일도 벌어졌다. 


▶규제당국 제재로 무산된 M&A만 6920억 달러 규모= 올해 규제당국의 ‘불허’ 딱지로 인해 무산된 M&A 규모는 692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M&A 시장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무산된 M&A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톰슨로이터와 딜로직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1~3분기 M&A 규모는 전년대비 31% 감소한 1조 달러(약 1105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미국의 M&A 감소에는 당국의 규제 영향이 가장 컸다.

로버트 킨들러 모건스탠리 M&A 글로벌 부문장은 미국 규제 당국이 사무용품 1ㆍ2위 기업인 스테이플스와 오피스디포의 63억 달러 규모 합병을 불허한 것을 언급하면서 “규제당국에 의해 가로막힌 수많은 협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의 M&A 규모는 지난해보다 19% 줄어든 4849억 달러,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는 20% 줄어든 6250억 달러로 조사됐다.

게다가 영국은 브렉시트 여파로 전세계 M&A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통상 영국에서의 M&A 계약 비중은 10∼20% 사이를 오갔지만, 올해 들어서는 8%에 그쳤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243억 달러(약 26조8587억원)에 암홀딩스를 인수하는 등 대형 M&A도 있었지만,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계약 건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윌헴 슐츠 시티그룹의 유럽ㆍ중동아시아ㆍ아프리카 수석 M&A전문가는 “과거에는 영국기업과의 M&A 계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브렉시트로 상황이 달라졌다”며 “여전히 영국에서 새 법인을 등록하고 싶어하면서도 브렉시트로 인한 규제가 강화될 것을 우려해 기피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기술유출이나 국가 핵심산업 약화를 이유로 다국적 M&A를 경계하는 움직임도 기존 M&A 주요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난 8월 호주연방정부는 전력유통업체 오스그리드 인수에 나선 중국의 청풍인프라그룹(CKI)의 제안을 거절했다. 호주 당국은 대신 호주의 주요 퇴직금 운영업체 2곳이 오스르리드를 인수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액도 CKI의 인수 제안가(160억 호주달러)보다 훨씬 낮은 100억 호주달러에 그쳤다.

▶中이 유일한 동앗줄?= 각국 규제당국의 불허 움직임에 미국과 유럽의 M&A가 움추러든 사이 중국은 글로벌 M&A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기업의 M&A 총액은 1739억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68%나 급증했다. 중국 기업의 M&A는 총 601건으로, 1~9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의 M&A 건수는 441건이었다. 특히 올초 중국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는 올해 체결된 100대 M&A 중 두 번째로 큰 건으로, 규모는 467억달러에 달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다국적 M&A에서 항상 1위를 차지했지만 올해 3분기 말을 기준으로 중국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중국 M&A 성장과 함께 투자은행(IB)도 크게 성장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1~9월 중국 IB 업계의 매출액은 62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이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아시아 지역 투자은행 상위 5위권에는 골드만삭스, 도이치방크, UBS AG, 씨티그룹과 JP모건 체이스 등 미국 월가 은행들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 골드만삭스 외 다른 미국과 유럽계 투자은행들은 7위 안 순위에도 들지 못했다.

예상보다 작은 성장률과 현지 은행과의 경쟁 심화로 월가 및 유럽 IB들이 아시아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이은 서구권 은행들의 비리 스캔들이 아시아 지역 내 입지 약화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레이시아 국영기업인 1MDB의 부패 스캔들과 연관됐다는 의심받았다. 현재 골드만삭스는 이에 대해 미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ㆍ유럽은행들이 부진하는 사이, 중국계 은행들은 고객에게 대규모 대출을 제공함으로써 아시아 지역에서 세력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WSJ는 중국IB가 아시아 지역 내 비교적 낮은 언어적ㆍ문화적 장벽을 무기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의 M&A를 중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자국 기업은 중국 IB와 거래하도록 하는 조치도 도움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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