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속증여세에 필요한 건 면세 비율 아닌 탈세 방지

이번 국회에서도 어김없이 상속ㆍ증여세 문제가 거론됐다. 7일 더민주 박광온 의원은 지난 2011~2015년 간 총 145만6370명이 151조600억원을 상속 받았는데 이 가운데 상속세를 낸 비율은 전체의 2.2%인 3만2330명에 그쳤다면서 이들에 대한 과세 강화를 주장했다. 정부가 50%도 안되는 근로소득자 면세 비율은 축소하겠다면서 98%가 세금을 안내는 상속·증여세 감면제도를 정비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그 이유다. 불로소득이 있는 상속자들이 저소득 근로자들보다 형편이 더 나으니 이들을 대상으로 과세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방향이 잘못됐다. 면세도 권리다. 합법이라면 공짜 상속을 받아도 부담가질 일이 아니다. 세금 안되도 될만한 재산이라고 법에서 본 것이다. 비율로 따질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해 전체 상속재산은 13조1885억 원으로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상속세도 2조1896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조 원대를 넘어섰다. 상속자의 2% 갓 넘는 사람들이 전체의 20% 가까운 세금을 낸 것이다. 98%의 잔돈 면세자들보다 2%의 부자 납세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상속은 위법이 아니다. 규정된 세금만 납부하면 된다. 문제는 돈 많은 부자들이 과연 제대로 세금을 내고 재산을 자손들에게 물려주느냐는 점이다.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세간의 관심을 끈 사회 이슈엔 대부분 상속 증여의 탈세 문제가 걸려있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가 수천억 원의 상속세를 포탈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검찰 고발방침을 들고 나왔다. 롯데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도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건 신격호 총괄회장의 아내와 딸에 대한 편법 증여였다.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거액의 세금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어제 오늘의 일도, 그들만의 일도 아니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2세에게 비상장주식의 헐값 매각,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저가발행, 전환사채(CB)의 부당 발행, 일감몰아주기 등 세금 없이 부를 대물림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왔다. 지금도 지하경제, 역외 탈세, 등 부자의 ‘탈세블랙홀’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회와 정부가 상속 증여와 관련해 해야 할 일은 면세점을 낮춰 더 많은 사람들에게서 잔돈을 거둘 게 아니라 탈법과 불법의 여지를 막는 일이다. 그래도 빠져 나갔다면 사후에라도 그 후손들에게까지 받아내는 방법을 찾으면 더 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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