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엄중한 책임 물어야 할 한미약품 정보 사전 유출 의혹

한미약품 늑장 공시 논란이 정보 사전 유출 의혹으로 비화되고 있다.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기술계약 파기를 공식 통보도 받기 전에 관련 정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외부로 빠져나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금융당국이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니 섣불리 단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로 확인된다면 예삿일이 아니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생명인 주식시장 전반의 신뢰에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계약 파기 전후 정황을 보면 정보 사전 유출 의혹이 일만도 하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가 담긴 이메일을 받은 게 29일 오후 오후 7시 6분이고, 다음날 오전 9시 29분 공시했다고 밝혔다. 베링거인겔하임측도 한미약품의 해명이 맞다고 확인해주었다. 그런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는 그 이전인 오후 6시53분 카카오톡으로 관련 내용이 오갔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카톡 내용도 “한미약품이나 한미사이언스 내일 건드리지 마라, 계약파기 공시 나온다”로 매우 정확했다. 이쯤이면 회사 내부에서는 계약 파기 메일을 받기 전에 이미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누군가 이를 빼돌렸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 다음날 시장에서 사전 유출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 벌어졌다. 주가가 폭락한 이날 한미약품 주식 공매도량은 10만4327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런데 그 중 절반 가량인 5만471주가 공시 직전 거래됐다. 한미약품 내부자나 국내 기관투자가 등이 사전 정보를 입수해 공시 전 거래로 큰 이익을 얻었다는 얘기다.

관계당국은 정보 유출과 늑장 공시 이유 등을 철저히 조사해 상응하는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로 시장 혼란을 초래하고 선량한 일반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세력에 대해선 부당 이익금을 환수하고 형사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나스닥 위원장을 지낸 미국의 버나드 매도프는 다단계식 돌려막기식 자산운용으로 징역 150년 형을 받았다. 반면 우리는 주식 불공정거래를 하더라도 기소율이 낮고 설령, 기소되더라도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나기 일쑤다. 불법적인 주식거래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이런 솜방망이 처벌 탓이 크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국정감사 답변처럼 공매도 제도 개선안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미약품은 당국의 조사와는 별개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의혹들을 한치 숨김없이 해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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