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50달러 시대 ②]사우디, 시장 점유율 전략 포기했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부왕세자가 칼리드 알팔리 에너지부 장관에 ‘사우디 점유율을 양보하지 않는 선에서 이란과의 합의를 도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기구(OPEC)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로부터 이 같은 말을 들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OPEC 회원국이 도출한 감산 합의를 이끌어낸 중심에 모하메드 부왕세자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 관계자들은 사우디 아라비아가 시장점유율을 포기하고 공급 조정자로 부활했다는 주장에 ‘사우디는 그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사진=게티이미지]

관계자들은 모하메드 왕세자가 OPEC 감산합의를 통해 사우디가 시장 점유율과 수익 모두 취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가 OPEC 회원국들에 제안한 감산 안건이 치밀하게 계획된 일이었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모하메드 부왕세자는 원유 점유율 전략을 포기하지 않았다”라며 “사우디 왕실은 합의와 상관없이 올해 말까지 일일 산유량을 1060만 배럴에서 40만 배럴 가량 감산할 예정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여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한 자국 원유 생산량을 적정 수준으로 완화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WSJ는 사우디 왕실에 사실확인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장관은 왕과 왕세자, 그리고 부왕세자와 꾸준히 석유정책을 논해왔다”라고만 답했다. 사우디의 한 석유산업 관계자는 “이번 감산합의에서 사우디 왕실은 시장 점유율을 잃지 않는 동시에 적정 수요를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2% 오른 배럴당 50.44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6월 말 이후 석달 만에 배럴당 50달러 선을 회복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12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1.3% 오른 배럴당 52.55 달러를 기록했다. 사우디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전날 아시아와 서유럽에 수출하는 경질유 ‘아랍 라이트’의 가격을 배럴당 25센트 인하한다고 발표하며 이란 및 기타 OPEC 회원국과의 경쟁을 강화했다. 사우디의 가격인하전략은 다른 산유국이 적정 생산 수준을 유지할 때 주로 추진됐다.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2위이자 국방장관인 모하메드 부왕세자는 지난 4월 OPEC의 산유량 동결 합의를 깨트린 장본인이다. 지난 4월 진행된 OPEC 회의를 앞두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참여하지 않으면 산유량 합의는 있을 수 없다”라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관계자들은 WSJ에 사우디의 재정적자 규모가 지난 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사우디 재정상황이 악화되면서 모하메드 부왕세자가 알팔리 장관을 통해 전략을 변경했다고도 전했다. 지난달 사우디는 알제리에서 OPEC 비공식 회담을 열고 회원국들의 감산합의를 이끌어냈다. OPEC 14개 회원국은 유가회복을 위해 일 평균 생산량을 3250배럴까지 줄이자고 합의했다. 사우디는 여기에 자국은 일일 산유량을 1060만 배럴에서 40만 배럴 가량 감산하고, 이란에는 하루 평균 산유량을 370만 배럴로 동결하자는 제안을 했다.

한편,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의 에릭 놀랜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OPEC 감산정책이 장기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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