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목줄의 진실 ②] 험하게 짖는 개를 때렸다…죄? 무죄?

-“목줄 안맨 견주 잘못” vs “죽일 일은 아니었다” 팽팽

-법조계 의견도 엇갈려…정당 방위 동물보호법 위반?

-과거 유사 사례…원심 뒤집고 동물보호법 처벌되기도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ㆍ이원율 기자] “제가 잘못한 일인가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26세 남성으로 자신을 소개한 A 씨는 공원에서 산책 중 몰티즈 한 마리가 5살 조카를 위협, 제지하기 위해 발로 찼는데 몰티즈가 죽었다고 했다.

A 씨는 “개를 쫓아내려 했지만 울고 있는 조카에 달려들 기세라 어쩔 수 없었다”며 “발길에 날아간 몰티즈는 나무에 부딪혔고 축 늘어져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때마침 견주로 보이는 여자가 오더니 죽은 개를 보고 오열하며 내 멱살을 잡았다”며 “살려내려고 악을 쓰다 고발 절차를 밟을테니 알아서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했다.

이 게시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지며 논쟁을 낳고 있다. 누리꾼들은 ‘공원인데 목줄을 매지 않은 견주 잘못’, ‘발로 차 죽일 일은 아니었다’는 등 의견을 내며 설전을 벌였다.

[사진=어린 조카를 위협하던 강아지를 발로 차 죽였을 경우 A 씨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법원 판결이 동물 생명을 더 중시하고 있다”며 예전보다는 A 씨의 정당방위가 완전히 인정되기는 힘들다고 봤다. 사진은 강아지 이미지로 기사와 무관.]

논란은 개를 죽인 원인 제공자를 견주와 어린이 보호자 가운데 누구로 보느냐가 핵심으로, 특히 어린이 보호자의 행동을 간주하는 시각에 따라 옹호와 비판으로 갈렸다.

법조계 관계자들도 이 사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 견주”라며 “견주가 공원법에 따라 목줄을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또 “소형견이라도 어린이가 위협을 느꼈다면 크기는 문제가 안된다”며 “제지 시도를 했다는 점을 본다면 정당방위 요건도 갖췄다”고 했다.

하지만 견주 쪽에 가까운 입장에서는 우선 발로 찬 행동이 ‘최후의 수단’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A 씨의 과잉 대응이라는 말하는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어린이를 도망치게 하는 등 방법이 있었는지 봐야한다”며 “다른 대처가 가능했다면 어린이 보호자는 재물손괴죄, 개가 죽었다는 상황을 보면 동물보호법 위반에도 처할 수 있다”고 했다.

현행 법에 따르면 견주는 개가 사람을 공격했을때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 목줄 없는 개가 사람을 물어 생긴 소송이 모두 견주 잘못으로 돌아간 일도 많다. 다만 방어 중 개를 죽인 경우에는 논쟁 여지가 있다. 실제 ‘보호 대상’을 구하기 위해 개를 죽인 다른 상황에서는 보호자보다 견주 손을 들어준 판례도 있다.

지난 1월 대법원은 자신이 기르는 진돗개를 공격한 이웃집 맹견을 전기톱으로 죽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53) 씨에게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 ‘로트와일러 전기톱 살해 사건’으로 불린 이 건에 대해 재판부는 재물손괴 혐의 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법 위반도 유죄로 판단했다. 정당방위 여부와 상관없이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인 행위는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A 씨와 김 씨 사례를 비교하며 “개를 발로 차 죽인 상황이 ‘잔인성’에 부합하는지는 판단해봐야 한다”면서도 “최근 법원이 동물 생명을 최대한 존중하는 쪽으로 판결을 진행하고 있어 재판에 과거보다는 A 씨에게 불리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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