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금융당국이 물류대란에 대비를 제대로 못했던 이유에 대한 책임 공방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법정관리 전) 한진해운과 산업은행이 두 차례 만났고, 현대상선도 한 차례 만났는데 이 과정에서 (물류대란 해소를 위한) 한진해운 측의 협조를 얻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물류대란 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법정관리 이전에 얻을 수 없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즉, 금융위가 거듭 한진해운에 화주 정보 등을 요청했음에도 한진 측이 이를 묵살하면서, 현재의 물류대란이 벌어졌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달 열린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도 불거진 사안이다. 당시 임 위원장은 “물류대란 대책 마련에 가장 필요한 것이 한진 측이 가진 화주·운송 정보이고 한진 측에 여러 차례 대비책을 세워달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진 측의 입장은 이와 정반대였다. 자율협약 기간 중 채권단 요청에 대부분 협조했으며, 정부가 요청했다고 주장한 운송정보는 요청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4일 열린 산업은행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재차 정부가 요청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법정관리 직후 정부로부터 화물과 운송정보를 요청받았고, 정보를 제공했다”며 “그러나 법정관리 전에는 이 정보를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도 금융당국이 화물, 운송 정보를 법정관리 전에 요청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그런 일 없다. 제가 법정관리 전 세차례 회의에 참석한 당사자로서 그 부분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화주 정보와 혼동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법정관리 전에는 화물과 운송정보에 대해 요청받은 바 없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에야 화물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정보를 요청받아 공유하며 대책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와 한진 측의 거듭된 책임 공방에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왜 더 적극적으로 물류대란 해소에 나서지 않았느냐며 질타를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화주 계약정보는 기업의 기밀”이라며 “기밀이라고 했어도 더 긴박하게 얘기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국책은행에 맡기고 뒷짐 진 경제수장이 핑퐁게임을 하다 물류대란 사태를 맞았다”고 비판했다.
임 위원장은 “올해 5월부터 해양수산부와 물류 문제를 의논했고 8월부터는 산업은행이 직접 한진해운을 만나게 해 여러 차례 협의했다”며 “대비를 했지만 충분치는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7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 국감장에서도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해운, 항만, 물류업계에 미치는 피해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한진해운의 부산항 환적물량의 약 50%(50만TEU)가 부산항을 이탈할 것”이라며 ”이를 국적 선사가 아닌 중국 등 외국 선사들이 물량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종회 의원도 “중국은 상하이, 칭다오, 닝보 등에 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부산항 환적 때 하역료를 할증 부과하고, 일본도 부산항 환적물량을 50% 감축할 계획을 추진하는 등 부산항을 견제하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 한진해운의 해운동맹 퇴출로 제2의 고베항으로 전략할 형편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한진해운 사태로 부산, 광양 등 지역 경제의 기반 붕괴 가능성도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한진해운 사태로 부산은 물론 전남지역도 큰 피해
를 보고 있다며 물동량 감소를 막기 위한 대책을 주문했다. 이 의원은 “한진해운이 파산하면 내년 이후 광양항의 물동량이 14만~20만개가량 줄고, 그로 인한 피해액은 89억~126억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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