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반려동물에 생길수 있는 일②]“누군가의 가족을 잡아 먹어도 되나요?

-반려견 ‘하트’ 사건 계기로 ‘동물 학대 처벌 수위 높여야’ 목소리 커져
-동물보호법위반 대부분 벌금형…고양이 600마리 잔인하게 죽여도 ‘집행유예’
-최근엔 반려동물 잃은 데 대한 ‘위자료’ 인정하는 판결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누군가의 가족을 잡아먹어도 됩니까?”(10월7일 익산경찰서 자유게시판 중에서)

집을 내온 애완견을 잡아 취식한 주민들을 법적으로 어떻게 처벌해야할지 논란이 뜨겁다.

8일 익산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엔 이웃의 반려견을 잡아먹은 마을 주민들을 엄하게 처벌해 달라는 민원글이 3000여건이나 올라와 있다.

발단은 A(73) 씨 등 마을주민 4명이 지난달 28일 익산시 춘포면의 한 도로에서 대형견인 올드 잉글리시 쉽독 1마리를 트럭에 실어 인근 마을회관으로 끌고 가 잡아먹은 사건이다. 이들은 이 개가 죽어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개는 이틀 전 인근 마을에 사는 B(33·여) 씨가 분실한 10살짜리 애완견 ‘하트’였다. 

반려견 ‘하트’ 생전 모습. 출처=하트 견주 블로그

경찰은 일단 ‘점유이탈 횡령’죄를 적용해 입건했다. 형행법에서 반려견은 물건으로 취급한다.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 길을 잃은 물건을 가져간 죄를 묻겠다는 것이다.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하지만 애완견 주인은 마을사람들을 더 엄하게 처벌하길 원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 개 주위를 서성였다는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개를 때려서 죽였다고 보고 동물보호법 위반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법이 점유이탈 횡령죄보다 형량이 강하다. 동물보호법 제8조를 적용하면 마을사람들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잃은 피해자는 가족을 잃은 것과 같은 고통을 호소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법적인 처벌 수위는 그다지 높지 않다.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대부분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도살하는 학대 등 죄질이 나쁜 경우 징역형이 간혹 선고되지만 그조차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게 일반적이다.

예컨대 유기 고양이 600여리를 포획해 건강원 등에 팔다가 적발된 자영업자인 C 씨는 지난 8월 창원지방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C 씨는 2014년2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도로에서 배회하는 고양이를 어묵 등을 이용해 잡은 후 산채로 끓는 물에 집어넣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 후, 털과 내장 등을 제거하고 건강원 업주들에게 판매했다.

누군가의 반려동물이었을 수 있는 유기 고양이

재판부는 “유실 유기 동물을 포획해 판매하거나 죽이는 행위는 동물의 생명 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고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 정서를 함양하기 위한 동물보호법의 입법목적으로 정면으로 위배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다만 어려운 생계를 위해 범행을 하였고, 동종 범죄로 처벌받지 않은 전력 등을 고려해 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반려동물을 잃은 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가 인정되는 판례가 나오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옆집 마당에 있던 살충제가 뿌려진 닭뼈를 먹고 죽은 개의 주인인 D 씨가 독극물이 섞인 음식을 놓아둔 옆집 주인을 상대로 위자료를 달라고 소송한 게 대표적이다. D 씨는 옆 집 주인이 독극물을 놓아두었으면 이를 미리 이웃에 알리고 고지했어야 하며, 마당 문을 닫아 놓는 등 대비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8월 이 사건에서 D 씨의 손을 들어줬다. 물론 이 사건에서 개주인도 목줄을 풀어줘 함부로 남의 집 마당으로 들어간 데 대한 과실이 40% 있다고 판단했다. 옆집 주인의 과실은 60%만 인정했다. 이에 따라 개의 사망 당시 가격을 300만원으로 보고 180원의 재산상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관심을 끄는 건 위자료 부분. 법원은 반려동물을 단순히 물건으로 봐선 안된다며 개의 주인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주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반려견은 비록 민법상으로는 물건에 해당하지만 감정을 지니고 인간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로서 여타의 물건과는 구분되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반려견의 소유자는 반려견과 정신적인 유대감과 애정을 나누기 때문에 반려견의 사망으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으로만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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