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반려동물에 생길 수 있는 일 ①] 짖었다고 한대 때리면 ‘소송감’

-‘동물보호법 위반’ 소송 최근들어서 급증세…실형 선고도 많아
-목줄 묵지 않으면 주인도 책임…손해배상 외 위자료 물을수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경기도 안성에 사는 A 씨는 자신의 집으로 수시로 침입해 음식을 훔쳐 달아나는 도둑 고양이를 죽이기 위해 마당 한쪽에 살충제를 뿌린 닭뼈와 생션뼈를 놓아두었다. 그런데 옆집에 살던 B 씨의 개가 희생양이 됐다. B 씨는 18개월 된 도베르만 품종의 개를 운동시키기 위해 나왔다가 목줄을 풀어줬는데, 스스로 A 씨 집 대문이 열린 것을 보고 들어갔다가 놓아둔 닭뼈를 먹고 몇시간 후 죽은 것이다. 자신의 마당에 독이든 음식물을 놓은 A 씨에게 죄가 있을까.

서울남부지방법원은 A 씨는 B 씨에게 18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주라고 판결했다. 평소 대문을 열어둔 채로 생활하는 A 씨에게는 마당에 독극물이 섞인 음식물을 놓아두었으면 이 사실을 벽보를 붙이거나 이웃과 직접 만나 설명하는 등 홍보를 하고, 대문을 닫는 등 예상하지 못한 사고를 대비해야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반려견이 사망한 원인은 A 씨와 잘못이 60%, 목줄을 풀어서 함부로 돌아다니게 한 B 씨의 잘못도 40% 있다”며 “유사한 품종의 개가 300만원 정도이므로 이 가격의 60%인 180만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 법원에서도 동물과 관련된 각종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거된 인원은 2012년 138명에서 지난해 264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검거 건수만 159건을 기록했다.

가장 흔한 유형이 애완동물의 목줄을 묶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다. 기본적으로 애완동물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히면 주인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공공장소에 애완동물의 목줄을 묶지 않아 타인을 공격하거나 갑자기 짖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에 문제가 된다. 민법 제759조 제1항이나 민법 제750조에 의하면 동물의 점유자는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남의 반려동물을 잘못 건드렸다가 ‘동물보호법 위반’ 소송에 휘말리고, 급기야 실형 선고를 받는 이도 늘고 있다. 사진은 포획된 유기견.

주인이 목줄을 묵지 않아 발생한 사고에 대해선 앞선 사례처럼 주인의 책임도 일정부분 인정된다. 공터주차장을 자신이 기르던 시추강아지가 차량에 치어 사망한 사례가 있는데, 이 경우도 주인의 책임 50%를 인정했다. 또 진돗개와 치와와가 싸워 치와와가 물려 죽은 경우도 있었는데, 치와와도 목줄에 묶여 있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책임은 50% 제한됐다.

동물을 폭행하거나 죽이는 등으로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달 서울서부지법에선 동물보호법위반으로 C 씨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다. C 씨는 서울 용산구 자신의 집에서 지인이 맡겨 놓은 마르티스 강아지에게 손을 물리자, 화가 나서 집어 들어 땅에 내던졌다. 강아지는 이에따라 두개골 골절, 실명 등 치명상을 입었다. 재판부는 “강아지가 매우 중한 상해를 입어 죽을 뻔했고, 피고인이 폭력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을 선택했다”고 판결했다.

안동에 사는 D 씨는 저녁 10시경 집으로 돌아가던 중 한 도로에서 생후 3개월 된 개 1마리를 발견하고 재미로 때렸다가 1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그는 강아지를 보자 주은 쇠막대로 몸과 뒷다리를 수회 때려 눈에서 피가 나고 우측 앞다리를 다치게 한 상해를 입혔다.

인천에 사는 E 씨는 옆집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러워 화를 못 참았다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옆집 애완견이 너무 시끄럽게 짖어 이를 항의하기 위해 찾아갔다가 문을 잠근 채 외출한 것을 알고, 더 화가 났다. 분을 참지 못한 D 씨는 평소 들고 다니던 철제 지팡이로 출입문 창문을 깨고 손을 넣어 문을 열어 들어간 후 애완견의 머리를 수회 내리쳐 죽였다. 

남의 반려동물을 잘못 건드렸다가 ‘동물보호법 위반’ 소송에 휘말리고, 급기야 실형 선고를 받는 이도 늘고 있다. 사진은 길고양이.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른 사람의 재산권에 대한 침해를 넘어 피해자와 교감을 나누던 애완동물을 사망하게 하여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물질적, 정신적 고통을 안겨줬다”며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선고했다.

법무법인 세창 강백용 변호사는 “반려동물은 물건과 달리 생명이 있고, 정신적인 유대와 애정을 나누는 존재여서 피해를 입은 주인에게 정신적 고통의 손해를 인정해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며 “사고 경위, 사고 정도, 피해자와 같이 지내온 기간, 애완동물의 교환가치 등을 참작해 20만원을 인정한 예도 있고, 200만원을 인정한 예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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