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정치권에 빅엿 먹여줘”…지지자 80%“그래도 트럼프”

대선후보 2차 TV토론 앞두고
외설 파문에 트럼프 ‘삐그덕’
민주당 지지자 70% “물러나야”
대중들 “정치적 올바름보단
기존 정치 욕할 대통령 필요”
유권자 39%만 “레이스 중단”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음담패설을 하든 안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그가 기존 정치권에 가운뎃 손가락을 날려주기만 하면 된다”

미국 CNN방송의 정치평론가 멜 로빈슨은 9일(현지시간) 이와 같이 말했다. 외설 발언 파문으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행보가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에 반박한 것이다. 로빈슨의 발언대로 트럼프의 레이스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려워보인다. 트럼프 지지자 10명 중 8명은 공화당에 “그래도 트럼프를 지지하라”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지지자 12%만이 “트럼프 사퇴해야”=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여론조사업체 모닝 컨설트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대선 레이스를 중단해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전체의 39%에 불과했다. 45%의 유권자는 그가 사퇴해서는 안된다고 답했다.

여론조사는 지지 정당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민주당 지지자의 70%는 트럼프가 사퇴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12%만이 트럼프가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여성 중 트럼프가 대선행보를 중단해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13%에 불과했다.

CBS는 “외설 발언이 트럼프 지지자들의 입장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각각 91%와 90%에 달하는 펜실베이니아 주(州)와 오하이오 주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외설발언으로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9일 집계한 전국 단위 지지율 평균에서 힐러리는 이전과 같은 격차로 트럼프에 앞서고 있었다”며 “트럼프 선거단은 음담패설 영상이 공개되기 전부터 가라앉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RCP의 여론조사 집계 평균치를 보면 지난 7월 트럼프가 공화당 공식후보로 선출된 이후 막말과 탈세 의혹, 성추문 등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35%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을 정도로 콘크리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트럼프이기 때문에 지지한다”…분노를 먹고 사는 트럼프= 특히 SNS상에서 트럼프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트럼프 스스로가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많다”라고 자부하는 이유이다.

트럼프 페이스북 페이지에 마틴 메튜 주니어의 계정을 가진 네티즌은 “트럼프가 사람을 죽였는가, 트럼프가 기밀 메일을 밖으로 유출하고 삭제했는가, 트럼프가 성폭행범을 두둔했는가. 힐러리는 사람을 죽였고, 기밀 메일을 밖으로 유출했고, 성폭행범을 두둔했다”라고 주장했다.

미 선거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애초부터 트럼프에 대해 ‘정치적 올바름’을 기대하고 지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어차피 이번 선거는 비호감 후보들 중에 한 명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비호감이 다소 더해진다고 해서 지지 후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멜 로빈슨은 이와 관련 트럼프의 지지자들의 특징이 ‘분노’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있어서 트럼프는 현 정치 시스템과 언론, 엘리트, 그리고 자유주의자들에게 가운뎃 손가락을 날려줄 수 있는 인물”이라며 “그들은 트럼프가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인 척’하는 기득권에게 한방을 날려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95%에 달하는 결정들이 감정에 의해 이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며 “분노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사실’이나 ‘정보’는 소용이 없다. 그들은 그냥 트럼프이기에 그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훈ㆍ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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