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정답찾기 탈피’ 노벨상 토대 구축…서울대, 무감독시험 등 도입

자연과학대학, 새로운 ‘교육개혁’ 돌입

동료끼리 가르치는 ‘피어티칭’ 등 골자

“주관따라 연구 개척하는 ‘이탈자’ 육성”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과학기술계 등에서는 아직도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과학 현실에 대해 항상 두 가지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바로 연구ㆍ교육 제도다. 특히 교육 분야의 경우 초ㆍ중ㆍ고교 내내 ‘정답’만을 찾아 문제를 푸는 방식에 익숙해진 학생에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창의성이 나오기 힘들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은 학생들이 정형화된 문제 풀이 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수업 방식을 바꾸자는 취지로 교육개혁위원회를 꾸렸다고 10일 밝혔다.


기초교육원 부원장을 역임한 유재준 물리학과 교수에게 위원장을 맡겼다. 학과별로 교수들을 추천받아 이달 중 위원회를 구성을 완료할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각 학과에서 2∼3과목을 시작으로 강의 교수 방법 등에 변화를 모색한다.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미리 수업 내용을 예습하고서 수업 시간에는 질문만 하는 ‘플립러닝’, 동료끼리 서로 가르치는 ‘피어티칭’ 등이 도입된다고 한다.

평가 방식도 기존 시험 출제와 채점에 더해 동료의 평가를 덧붙이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들 수업 중 일부에는 자연대가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무감독시험’도 적용된다. 자연대는 서울대 단과대학 중 처음으로 시험 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학생들이 양심에 따라 시험을 치르는 무감독시험과, 이를 위한 전제인 ‘아너 코드(Honor codeㆍ명예규칙)’를 준비해왔다.

자연대는 이러한 ‘교육개혁’을 통해 학생 본인의 주관에 따라 자신 있게 연구를 개척하는 ‘이탈자’가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서울대 재학생이 고등학생까지의 관성에 젖어 대학에서도 시험 문제를 잘 풀지만, 자신의 답이 정답이 아니면 불안해하고 자신 있게 본인의 생각을 밝히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자연대 교수들의 관찰과 자성이 바탕이 됐다.

유 위원장은 “과거 우리나라의 성장 방식처럼 선진국의 과학기술을 배우고 쫓아가는 데는 고민이 필요 없지만 새로운 것을 선도하려면 자신만의 색깔과 논리적인 줏대가 필요하다”며 “이런 준비를 대학에서 해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성근 자연대학장은 “대학의 지식 문화가 개방적이고 토론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독립적인 지식 주체로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연구자를 길러낼 수 있다”며 “자신만의 문제에 천착하는 ‘이탈자’를 만들어내는 교육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대의 이 같은 변화는 반드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는 ‘쪽집게식’ 대책은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교육 문화가 자연스레 퍼지면 우리나라에도 노벨상을 배출할 토양이 생성될 수 있다고 서울대 측은 자체 평가했다.

김 학장은 “노벨상을 타기 위해서는 ‘기록경기’가 아니라서 얼마나 세계적으로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느냐보다 소신 있는 연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적 호기심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교육 환경을 만들다 보면 노벨상을 탈 만한 나라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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