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스토리]‘달콤살벌’한 엘리엇의 제안…삼성의 선택은 결국 ‘JY의 지배력’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에 요구한 것은 돈이다. 당장 30조원을 배당하면 엘리엇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15조원을 가져간다. 엘리엇이 삼성에 돈을 요구하는 대신 이재용 체제 인정이라는 답례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 제안은 언뜻 보기에 그럴듯해 보인다.

인적분할은 최근 재계의 가장 보편적인 지배구조 개편방법이고,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가 이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까지 제안했는데, 이 역시 증권가의 예상과 일치한다. 삼성물산 최대주주가 이 부회장인 점을 감안하면 엘리엇이 ‘이재용 중심 체제’에 동의했다는 뜻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하면 두 가지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전자 자사주가 지주사로 넘어가며 의결권이 되살아 난다. 현재 삼성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8%수준이지만, 자사주 효과가 발휘되면 지주사의 사업회사 지배력은 30% 이상으로 높아진다.

인적분할을 하면서 지주회사가 보유현금의 일부도 함께 떼갈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하면 주요 주주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의 사업회사와 지주사 지분을 지주사가 모두 사들여야 한다. 많게는 20조원 가까운 현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인적분할 단계에서 77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현금 일부를 지주사로 넘길 수 있다. 삼성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인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 문제, 즉 ‘지주사 전환에 따른 금산분리 위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또 30조원을 배당해도 삼성 몫이 6조원에 가깝다. 또 인적분할 후 고배당이 계속되면 이 부회장이 지배하는 지주사에도 혜택이다. 인적분할 후 지주사의 사업사 지분률은 최소 30% 이상으로 높아진다. 향후 삼성전자 사업회사가 지속적으로 고배당을 하면 30% 이상이 지주사 몫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엘리엇의 이번 제안을 삼성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 부회장에게 불리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 인적분할까지는 나쁠 게 없다. 그런데 삼성물산과의 합병이 문제다. 현재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률은 17.08%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지주사는 규모가 최소 현재 삼성물산 시가총액(30조원) 이상이다. 합병하면 통합법인의 이 부회장 지분률은 10% 아래로 뚝 떨어진다. 삼성전자 지주사가 기존 삼성전자에서 현금을 더 많이 챙겨올 수록 통합법인의 이 부회장 지분율은 더 낮아진다. 통합법인에서는 이건희 회장과 이부진ㆍ이서현 사장 등 총수일가 지분을 모두 합해도 최대 15%를 넘기 어렵다. 30%선까지 지배력을 끌어올리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세 남매의 삼성SDS 지분(시가 2조2000억원)은 물론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4조3000억원)까지 동원해도 역부족일 수 있다.

관전 포인트는 삼성이 이번 제안을 거절하면서 어떻게 오는 27일 임시주총과 내년 정기주총에서 주주들의 갈증을 풀어주느냐다. 특히 이번 임시주총은 이 부회장이 등기임원으로 공식적인 경영책임을 받아들이는 자리다.

엘리엇이 요구한 30조원의 특별배당은 한편으로 보면 현금의 유출이지만, 중요한 투자지표의 하나인 자기자본수익률(ROE)을 높이는 요인이다. 배당이 이뤄지면 그만큼 자본계정이 줄어 이 수치가 개선된다. 주가상승 요인이다. 국내 관점에서 삼성전자의 배당확대는 국부유출이 될 수 있지만, 외국인 주주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번 돈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과정일 수 있다. 삼성전자 수익은 90%이상이 해외에서 창출된다. 삼성전자의 현금은 경영진에게 투자를 위한 ‘버퍼(buffer)’일 수 있지만, 주주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돌려받아야 할 ‘결실’일 수 있다.

한편 해외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적분할 한 후 나스닥에 상장할 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높다.

삼성전자 나스닥 상장은 예전에도 거론됐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상승으로 코스피 내 비중이 역대 최고치까지 높아졌다. 이른바 ‘연못 속의 고래’가 된 셈이다.

엘리엇은 삼성전자 측에 보낸 서한에서 12개월 예상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의 6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나스닥 시가총액은 코스피의 5배에 달한다. 애플, 구글 등 초대형 종목들이 즐비하다. 나스닥의 평균 PER은 20배가 넘는다. 단순계산해도 지금보다 최소 3~4배가량 주가가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장의 나스닥 상장에 앞서 인적분할이 우선이다. 또 삼성전자가 미국에 둥지를 둘 경우 헤지펀드의 공격에 좀 더 취약해질 수도 있다. 여러모로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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