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 안한 반려견 과태료! 서울시 조례 ‘있으나마나’

단속공무원 사법권 없어
견주에 신분증 요구도 한계
올들어 과태료 부과 ‘전무’

최근 동네 공원을 찾은 직장인 이모(41) 씨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아이들이 따스한 가을 햇볕 아래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데 갑자기 목줄을 하지 않은 개가 달려들어 위협하듯 짖어댔기 때문이다. 근처에 있던 개 주인이 나타나 “우리 애가 원래는 순한데, 아이가 뛰어다니니 흥분한 것 같다”며 사과 아닌 사과를 했지만 화만 더 날 뿐이었다. 이 씨는 “공원에서 개들이 목줄을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단속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며 “다른 사람들은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애완견만 생각하는 견주들이 큰 문제”라고 했다.


서울 시내 공원 곳곳에서는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애완견들로 인한 실랑이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며 애완견 목줄을 풀어주는 견주들이 줄지 않으면서 안전ㆍ위생문제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낯선 환경에서 애완견은 어떤 돌출행동을 할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올바른 애견문화를 구축하는데 과태료 부과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일선 현장에서 단속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공원에서 올해 7월까지 목줄 미착용ㆍ배설물 미수거 등 애완견 관리소홀로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39건에 불과한데 비해 계도는 2만4791건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7개월간 애완견 관리소홀 단속은 2014년(18건)과 2015년(16건) 2년치 보다 더 많다. 지난 2013년 ‘한강공원 보존 및 이용에 관한 기본 조례’ 제정으로 애완견이 목줄 미착용 시 과태료 5만원, 배설물을 방치하면 7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렇지만 서울시가 직접 관리하는 서울숲, 뚝섬공원 등 32곳에서 애완견 관리소홀로 실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올해들어 9월 현재 애완견 관리소홀로 인해 계도건수는 8118건에 달했지만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2013년부터 최근 4년간 애완동물 배설물 미수거에 대한 단속은 전무했고 애완견 목줄 미착용으로 부과한 과태료는 총 166만원에 불과했다.

그동안 애완견으로 인한 문제를 단속보다는 계도에 중점을 두고 관리해 과태료 부과 실적이 적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견주의 강력한 저항도 실제 단속까지 이어지지 못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차위반 등과 달리 견주의 신분을 파악하기 어려워 애완견 관리소홀로 과태료를 부과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견주들이 적발돼도 단속원의 신분증을 제시해달라는 요구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속 공무원은 경찰이 아닌 탓에 사법권이 없어 신분증 제시를 강제하는 게 어렵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원에서 목줄을 착용하지 않는 애완견을 적발했을 경우 먼저 목줄을 매야한다고 계도하고 목줄이 없는 견주에게는 애완견을 안고 가라고 권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렇게 조치를 했는데 이행하지 않거나 상습적으로 목줄을 풀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분증을 주지 않거나 없다고 버티면 경찰을 부를 수 밖에 없다”며 “경찰이 오는 동안 애완견 목줄을 채워 도망가는 견주들이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과태료 부과라는 강제적 제재보다 견주들의 의식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견주와 애완견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울려 살기 위해서 목줄 착용은 필수적이다. 돌발 상황으로부터 아이들과 애완견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어 “견주들 스스로 인식을 바꿀 수 있게 강제적 수단보다는 캠페인 등 방법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강문규 기자ㆍ이원율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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