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자구안 이행 난항… 대우조선 위기설 재부상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국내 대형조선사들의 자구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과 경기 전망 불확실성 등이 원인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2조원이 묶여있는 ‘소난골 사태’를 해결치 못할 경우 내년 4월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서울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 사옥 매각에 대한 사옥 매각 협상대상자를 캡스톤자산운용으로 바꿨다. 직전 매각 협상대상자였던 곳은 코람코자산신탁에는 계약만료 통지를 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1년 동안 바꾼 협상대상자만 미래에셋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코람코자산신탁 등 3곳으로 이번 캡스톤자산운용이 4번째다.


협상대상자가 계속 바뀐 것은 인수자금을 제대로 마련치 못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다동 사옥 매각으로 마련할 현금은 1700억원 가량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마곡부지(2000억원)와 당산동 사옥(400억원) 매각 역시 협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매수자가 선뜻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캡스톤자산운용의 경우 자금을 이미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자금을 모아서 사옥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달 중으로 다동 사옥은 매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대우망갈리아, 드윈드, DSME 오만, FLC, 대우조선해양건설, DK마리타임 등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지만 청산이 완료된 것은 FLC밖에 없다. 특히 2조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소난골 사태’가 계속될 경우 내년 4월 도래할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로 위기를 맞을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 매각계획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회사측이 ‘매각 계획 철회는 없다’며 매각 의지를 높이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다.

우선 하이투자증권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현재까지 표시한 곳은 LIG투자증권이 유일하다. 한국금융지주측은 ‘관심없다’는 의사를 공표했고, 인수 후보군으로 거명됐던 키움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 등도 모두 하이투자증권 인수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 매각 가격으로 8000억원 가량을 희망하고 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하이투자증권의 예상 매각 가격을 5000억~6000억원 가량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수 경쟁이 달아오를 경우 매수가와 매각가 격차가 좁혀질 공산이 있지만, 매수 희망측이 1곳이라 인수전이 뜨거워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때문에 현대중공업측이 아예 매각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자산매각에 착수할 예정인 삼성중공업측도 상황은 비슷하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5월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거제도 삼성호텔 및 부지(1700억원),산청 연수원, 판교 R&D 센터 매각 등을 자구 계획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여서 ‘제 값’을 받고 자산을 매각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나쁘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신 유상증자 등을 통해 충분한 자금 유입이 기대되는만큼 자구안 이행에 특별한 어려움을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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