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수입차의 두 얼굴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키는 친환경 엔진”

지난해 하반기부터 출시된 수입차들의 보도자료를 보면 이 같은 문구가 상당수 들어가 있다. 각 브랜드는 저마다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유럽연합에서 정한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자신감을 보였던 수입차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를 통해 우리 정부에 배출가스 과징금을 낮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한테는 잔뜩 친환경 엔진이라고 소개하면서도 뒤로는 행여 배출가스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공개한 환경부의 수입차협회 회신공문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3월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초과 차량 1대당 과징금 요율을 현행 1만원에서 올해 4만원으로 올리고 매년 1만원씩 더 올려 2020년까지 8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4월말 배출허용기준 초과 차량 1대당 과징금 요율을 낮춰달라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의견서를 제출받았다. 이후 한 달 뒤 올해는 1만원으로 동결하고 내년부터 3년간 3만원, 2020년 5만원을 적용하는 쪽으로 당초 인상계획에서 변경했다. 최초 안에서 절반 수준으로 내려간 수정안은 지난 7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정부안으로 확정됐다.

수입차협회는 환경부에 미국의 평균연비(CAFE) 과징금 요율(g/㎞당 3만8904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설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환경부도 회신공문에서 “자동차 온실가스 기준 달성에 필요한 기술비용, 자동차 업계 부담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협회가 환경부에 보낸 공문에 적힌 회원사는 총 14개다. 이 중 8개가 유럽 자동차 그룹에서 설립한 한국 법인이다. EU의 경우 현재도 과징금 최고 누진구간에서는 95유로(약 12만원)를 부과하고 있다. 정작 자국인 유럽에서는 엄격한 과징금 체계를 따르면서 국내서는 이보다 완화된 기준의 미국안을 요청했다.

온실가스 과징금을 현실화하겠다던 환경부도 결국 헛물을 켰다. 당초 EU 기술비용 함수 등을 활용한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과징금 인상의 근거를 마련했으면서 스스로 이를 뒤집는 꼴이 된 셈이다. 급기야 환경부는 수입차 봐주기 논란만 자초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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