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와 힘겨루기서 우주여행까지…‘무한도전’ 무한진화

초반 달리기대결 등 단순 극한체력전서
레슬링·가요제 등 나날이 변신

브랜드된 ‘국민예능’ 기대감에 책임감
오늘도 미션 찾아 우주까지 ‘무한~도전!’

MBC 간판예능 ‘무한도전’의 도전은 말 그대로 한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이들의 도전 무대는 다름 아닌 ‘우주’다.

10월 5일 MBC ‘무한도전’이 오는 19일 러시아로 출국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무한도전’ 관계자는 앞서 러시아 행이 확정됐을 당시와 마찬가지로 “10월 셋째 주 출국이란 것 외에는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며 구체적인 일정을 함구했지만, 19일 출국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들은 첫 회에서 황소와 줄다리기를 했다. 지하철과 달리기를 겨루고, 연탄을 나르고, 목욕탕에서 물을 퍼냈다. 이렇듯 ‘무모한 도전’이 주를 이루던 ‘무한도전’이 이제는 10주년 기념 프로젝트로 우주여행을 기획하고, 우주로 나갈 채비를 하기 위해 러시아로 향한다.

‘무한도전’의 도전은 조금씩 변화하고 진화해 왔다. 초창기에는 극한 체력전을 요하는 종목에 도전했다. 이후에는 ‘아하’ 같은 게임을 하고 다양한 주제로 멤버들의 순위를 매기는 설문조사를 하는 등,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기고 보다 버라이어티적인 요소를 더했다. ‘친해지길 바라’ ‘형돈아 놀자’ ‘빨간 하이힐의 진실’ 등의 특집을 거치며 리얼 버라이어티로 또 다시 변화한 ‘무한도전’은 프로그램의 기저에 깔려 있는 도전 정신을 살려 봅슬레이, 레슬링, 에어로빅, 조정 등 비인기 종목에 직접 도전해 뭉클한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무한도전’은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지지를 얻는 ‘국민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렇게 커진 영향력을 ‘무한도전’은 선하게 사용할 줄 알았다. 특히 최근 방영된 LA 특집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등 잊지 말아야 하나 소홀하기 쉬운 역사 문제에도 늘 관심을 기울였다. LA 특집 이전에는 ‘궁 밀리네이어 특집’ ‘스피드-독도 특집’ ‘배달의 무도’ 특집 등에서 가슴 아픈 역사를 다시 한 번 조명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꾸준하게 톱스타들과 협업하며 문화 예술 분야에도 공헌해왔다. 2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정기 프로젝트 ‘가요제’ 특집을 통해서 뮤지션들과 협업을 이루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대중에게 선보였고, 이 과정에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능력 있는 뮤지션들을 조명하는 효과도 낳았다. 음악 분야의 프로페셔널이 아닌 멤버가 절반인 ‘무한도전’에서 뮤지션들과 함께 퀄리티 높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프로그램이 가진 도전 정신에도 부합했다.

또한, 음원 수익금은 전액 기부해 의미 있는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최근 유재석과 그룹 엑소가 협업한 ‘댄싱 킹(Dancing King)’ 역시 마찬가지여서, 해당 음원 수익금도 전액 기부된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여전히 놀이기구에 올라 스파게티를 먹고, 수박 빨리 먹기 시합을 하고, 옥탑방에서 워터파크를 즐기는 등 초창기 보여줬던 무모하고 원초적인 재미를 전하고 있다. 또, 시청자들은 여전히 ‘무한도전’이 전하는 순수한 웃음에 즐거워한다. 그와 동시에 ‘무한도전’은 조금 더 의미 있는 도전을 하기 위한 고심을 계속하고 있다.

물론 ‘무한도전’의 변천에는 어두운 부분도 있다. 프로그램이 떠안고 있는 ‘기대치’가 바로 그것이다. 때문에 간혹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이 어떤 ‘강박’에 시달리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이는 최근 멤버 정형돈의 하차와 함께 다시 불거진 문제이기도 하다.

‘무한도전’ 앞에 따라 붙는 ‘국민 예능’이라는 수식어에는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높은 기대와 엄격한 잣대가 내포돼 있다. 이제 누구도 이들을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고 보지 않으며,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는 높아지고 잘못과 실수의 허용치는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현저하게 좁아졌다.

‘무한도전’이 보여주는 도전은 조금씩이지만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다. ‘무한도전’은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무시할 수 없는 파급력을 가진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황소와 힘을 겨루던 이들이 이제는 우주로 여행을 떠난다. 이 괄목할 만한 변화의 흐름 속에 프로그램과 출연진에게 어쩔 수 없는 책임감이 어깨에 내려앉았다. ‘무한도전’이라면 이런 문제들도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지 않을까. ‘무한도전’은 지금도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자신을 쇄신하고 예능 프로그램의 새 장을 열어가고 있다.

노윤정 기자/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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