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트럼프 딜레마… 美공화 1인자 라이언, 의원들에게 각자도생 주문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음담패설 논란이 불거진 이후 공화당 인사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대선과 동시에 선거를 치르는 상ㆍ하원의원 후보들은 트럼프를 지지할 경우 트럼프의 막말마저 두둔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고, 트럼프에 반기를 들면 그의 편에 있는 상당수 유권자를 적으로 돌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유권자들과의 인터뷰를 전하며 “공화당 의원 후보들에게는 트럼프를 버리는 것이 엄청난 위험이 된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가 어떠한 막말이나 기행, 탈세 논란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하는 바람에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처지가 돼 버린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애리조나의 유권자인 폴라 루프닉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에는 트럼프에 표를 던지되,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난생 처음으로 민주당의 앤 커크패트릭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인 존 매케인이 음담패설 논란 이후 트럼프 지지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그는 ”기성 정치인들은 권력을 계속 쥐려하고 있고, 매케인은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애리조나의 다른 유권자인 스테픈 코타 역시 “매케인과 힐러리(민주당 대선 후보)는 철학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를 비판하는 것”이라며 커크패트릭에게 투표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지지를 철회한 켈리 아요테 상원의원의 지역구 뉴 햄프셔에서도 유권자들의 분위기는 비슷하다. 상당수 유권자들이 켈리 아요테 의원을 찍는 대신 민주당 후보인 매기 하산 주지사를 찍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공화당 권력서열 1위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은 10일 트럼프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으면서도, 트럼프를 방어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이날 동료 하원의원들과의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남은 기간 하원의 다수당을 지키는 데 매진할 것이라며, 의원들에게는 “각자 지역구에서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데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지역구 승리를 위해 각자도생에 나설 것을 당부한 것이다. 한 의원은 ”라이언 의장이 ‘트럼프와 함께 유세하지 않겠다’는 발언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 라이언 의장은 지난 주말 자신의 지역구에서 트럼프와 함께 공동유세를 할 예정이었으나, 음담패설 논란이 불거진 이후 취소한 바 있다.

라이언 의장이 트럼프를 ‘사실상’ 포기한 것은 대선은 놓치더라도 상ㆍ하원 선거에서 승리해 다수당의 지위를 지켜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날 공개된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는 지지율 35%로 힐러리(46%)에 비해 11% 포인트 뒤졌다.

한편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폴 라이언은 예산과 일자리, 불법 이민 등을 다루는 데 더 시간을 쏟아야지, 공화당 대선후보와 싸우는 데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선캠프의 제이슨 밀러 대변인도 트위터에 “트럼프 캠프는 워싱턴이 아닌, 풀뿌리 운동의 힘으로 늘 작동해왔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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