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ㆍ대기업 수사 잇단 무죄…檢 책임지는 사람 없다?

-황기철ㆍ정옥근 前 해참총장 이어 ‘뚫리는 방탄복’도 1심서 무죄

-檢 수사 과오로 매년 1000명 이상 억울한 옥살이…형사보상금도 530억 육박

-전문가들 “의심갈 때에는 피의자의 법익 우선해야”

[헤럴드경제=양대근ㆍ고도예 기자] 지난 2~3년 동안 방산비리와 대기업 부패를 겨냥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던 검찰이 최근 주요 피고인들의 무죄 선고가 이어지면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과 함께 무죄가 확정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에게 엄중한 문책과 인사상 불이익 등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는 불량 방탄복을 특전사에 납품한 혐의로 기소된 다기능 방탄복 제조업체 S사 대표와 임원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방탄복은 북한군 개인화기인 AK-74 소총탄에 찢어지면서 소위 ‘뚫리는 방탄복’ 논란이 일었던 제품이다.

검찰은 S사가 2010년 10월 방위사업청의 적격심사 과정에서 캄보디아 경찰에 공급한 방탄복을 캄보디아군에 납품한 것처럼 허위 실적증명원을 제출하는 수법 등을 썼다고 보고 이들을 기소했지만 법원 측은 “제출된 다른 서류들에 ‘경찰관용 방탄복’이라고 기재돼 있기 때문에 허위 서류라고 볼 수 없다”며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헤럴드경제DB]

이와 관련해 검찰 측은 “설비를 빌려 적격심사를 받는 등 S사의 기망행위가 분명하고 고의가 인정되는데도 법원이 기망의 고의를 부정한 것은 명백한 오류”라며 “납득할 수 없는 무죄 판결에 즉각 항소해 바로잡겠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유독 방산비리 수사에서 무죄 선고가 잇따른다는 점에서 ‘검찰이 성과를 위해 무리하게 기소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만 해도 통영함 납품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황기철(59) 전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9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정옥근(64) 전 해참총장도 지난 8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전투기 정비 대금 240억여원을 가로챈 의혹에 연루된 천기광(69) 예비역 공군 중장 역시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일부 기업 수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납품 편의와 인사청탁을 대가로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영진(58) 전 KT&G 사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고, 캐나다 정유업체를 부당 인수해 나랏돈 5500억원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은 강영원(65)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도 1심과 2심에서 무죄 선고가 났다.

정치권은 검찰의 부실 수사 정황과 관련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무죄가 선고된 전체 사건 7191건 중 22.6%에 이르는 1624건이 검사 잘못으로 무죄 판결이 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나 잘못된 기소 때문에 2015년 한해 동안 529억7500만원의 예산이 형사보상금 지급에 쓰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법무부 국감에서 “매년 1000명 이상이 검찰 수사 과오로 구속돼서 감옥살이를 한다”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도 문제지만 최종심에서 무죄판결이 됐으면 기소검사에 대한 책임을 인사에 반영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사장 출신의 박영관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심만 갈 때에는 형사소송 원칙에 따라 피의자의 법익을 우선하는 것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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