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씨 사망 이후] 사망 당일 의무기록 ‘외상성’→사망진단서 ‘병사’…사인 수정될까

-수술 전후 의무기록엔 ‘외상성 급성경막하출혈’…사망진단서엔 ‘급성경막하출혈’만

-11일 국감 통해 병원이 잘못 판단하고 ‘의료윤리위원회’ 개최하면 수정권고 가능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고(故)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당일 주치의가 의무기록에 ‘외상성’ 사인을 언급한 사실이 밝혀졌다. 백 씨의 사망을 ‘병사’로 진단한 최종 사망진단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11일 열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사망진단서의 수정 여부가 주목된다.

백 씨가 사망하기 전 작성된 의무기록에 ‘외상성’ 관련 진단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일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의무기록지에 따르면 백 씨의 사망 직후 작성된 퇴원의무기록상 진단명은 ‘(열린 외부 상처가 없는) 외상성 급성경막하출혈’이었다. 이 의무기록엔 백 씨의 주치의였던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의 친필 서명도 첨부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해 11월 14일, 백 씨가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기 전 작성된 의무기록상 진단명도 ‘(머리에 외부 상처를 동반한) 외상성 급성경막하출혈’이라고 기재돼있다. 하지만 백 씨의 사망 이후 작성된 사망진단서엔 ‘외상성’ 부분이 빠지고 ‘급성경막하출혈’만 기재됐다. 이어 진단서는 백 씨의 직접사인을 ‘심폐정지’, 중간사인은 ‘급성신부전’, 중간사인의 선행사인으로 ‘급성경막하출혈’이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의료진은 사고 당일과 백 씨가 숨지기 직전까진 ‘외상성’이라는 진단을 의무기록에 기재하고도 정작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땐 단순히 급성경막하출혈을 근거로 ‘병사’라고 진단한 셈이 됐다. 백 교수가 사망진단서에서 ‘외상성’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의무기록지에 따르면 백남기 농민의 사망 직후 작성된 의무기록의 진단명에 ‘외상성’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사망진단서엔 ‘외상성’ 진단이 빠졌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ㆍ서울대 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백 씨의 직접 사인을 심폐정지라고 기록한 것은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 위반”이라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사망진단서 수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대병원 측은 11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서창석 서울대병원 원장이 출석해 “백 교수가 진단한 의무기록과 사망진단서 기록이 일치하지 않는 점 등에 대해 해명하고 진단서 수정 여부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병원이 사망진단서의 잘못을 판단했을 경우, 병원 내 의료분쟁 관련 심의 기구인 의료윤리위원회를 개최해 병원의 공식입장으로 ‘외인사’를 받아들이고 해당 사망진단서를 직접 작성한 권모 전공의에게 사망진단서 수정권고를 하는 절차를 거치면 된다.

한편 사망진단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경찰의 원만한 부검영장 집행 가능성이 더 불투명해졌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10일 오전 정보공개위원회 열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영장 전문 중 일부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경찰이 일부 공개한 영장의 내용은 이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언론에 의해 알려진 내용이었다. 법원이 발부한 부검영장은 판사와 청구 검사의 이름, 영장의 유효기간 등이 적힌 첫 번째 장, 경찰이 작성한 청구(신청) 이유가 기재된 두 번째 장, 법원의 제한사유가 적힌 세 번째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경찰은 세 번째 장만 공개하고 첫 장과 두 번째 장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수사 중이거나 개인정보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비공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전문 공개를 촉구하는 유족과 더욱 긴 평행선을 그리게 됐다. 백남기 투쟁본부는 “경찰이 한 일은 꼼수에 불과한 것이었다”며 “경찰이 과연 ‘유족 측과 최대한 대화하고, 설득해 이해를 구하겠다’라는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지 의문”이라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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