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계대출 해결책은 총량축소 아닌 급증 방어

금융당국의 8ㆍ25대책 후속 조치가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 대출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은행들을 추려내 전전성,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특별점검을 실시키로 했다. 또 부실이 우려되는 재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약 50곳에 대한 현장 점검도 벌여 집단대출을 통제한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8ㆍ25 대책 발표 직후 “필요할 경우 추가 대책을 강구해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에 적기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신용대출시 총체적 상환능력(DSR) 심사를 도입하고 제2금융권 비주택담보대출의 담보 규제도 강화하는 한편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건수도 통제하겠다는 방향까지 나온 상태였다. 발표된 계획의 세부내용들이 하나 둘 실행모드에 들어가는 셈이다.

은행들도 금융당국의 압박을 의식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이고,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에 대한 신용대출을 제한하는 등 대책을 진행중이다. 분위기는 잡혀가고 있다. 지난달 KB국민·우리·KEB하나·신한·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폭은 8월보다 1조원 가까이 줄어 증가세가 확연히 꺾인 모습이다. 정책의 실효성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잊지말아야 할 것은 금융당국의 각종 조치들이 부작용을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대출은 곧 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한다. 8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682조4000억원중 75%인 513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다. 결국 ‘가계부채’ 문제는 곧 ‘부동산 문제’이며 그 대책도 부동산 시장변화와 직결된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금융권의 부실과 경제불안으로 이어진다. 가계대출 관련 대책은 곧 경제정책이 되고 특히 폴리시 믹스가 가장 요구되는 분야라는 얘기다.

경제정책 관련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모를리 없다. 실제로 임 위원장은 “가계부채를 단기에 과도하게 억제할 경우 경제전반에 부작용 발생이 우려된다”며 “균형있는 정책 대응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한도 축소에 대해서도 “가계 부채를 경착륙시킬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인위적인 총량관리에 들어가지는 않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옳은 판단이다. 지금 가계대출 문제의 핵심은 총량이 아니라 급증이다. 규모보다 속도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기는 가려내고 부동산 경기는 유지하는 옥석 구분의 혜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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