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도시 탈출 ‘서울 빈 집’

“어머니 돈 벌어 올께요”라면서 자식이 고향을 먼저 떠났다.

다시 20년후 “이젠 제가 편히 모실께요”라거나 “어차피 제게 주실 농토 팔아 서울서 다 같이 새출발하시죠”라는 자식의 권유에 못이겨 논밭 청산한 노부부 마저 정든 농어촌을 등진다.

그들이 가고 난 자리엔 빈 집(空家:공가) 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2015년 현재 전국의 빈 집은 106만호 가량 된다고 한다. 


미분양 아파트를 포함한 숫자라 이농에 의한 빈집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빈집은 인구 도시집중화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최근 대도시에 빈집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서울은 2016년 새 역사를 썼다. 지난 5월 인구가 1000만명 미만으로 떨어지더니 넉달새 4만명 더 줄었다. 9월말 주민등록 인구는 996만명이다.

작년 연말에 비해 전국 인구는 9개월간 13만명 늘었는데, 서울은 6만명이나 줄었다.

현재 서울시에는 2만개 가량의 빈집이 있다고 한다. 다른 사연도 있겠지만, 대세는 ‘대도시 탈출’이다. 자연과 더 가까운 쪽으로 가려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친환경, 여행, 리얼푸드, 레저 등 힐링과 웰빙이 라이프스타일의 최고 덕목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가의 활용과 철저한 관리이다. 과거 산업화-도시집중화 시대, 농어촌의 빈집은 대표적인 우범지역이었다. 최근 몇년 사이 귀촌한 사람들이 리모델링해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서울의 빈집은 청년들의 새 보금자리가 된다고 한다. 이른바 ‘빈 집 살리기 프로젝트’이다. 리모델링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들을 끌어안겠다는 것이다.

‘귀소 본능’이 새롭게 발현되면서 둥지에 다시 숨소리가 들린다.

함영훈 선임기자/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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