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닭-도도새’분열…美‘21세기판 남북전쟁’재연

2차 TV토론 후 지지기반 더 공고
상호 성추문 폭로등 감정싸움만
사사건건 으르렁대는 두 후보모습
美사회 ‘갈등 민낯’ 그대로 드러내 

C0A8CA3C0000015745B89E570005FD88_P2 “미국에 남북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에서 치러진 2차 TV대선 토론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싸움닭’으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는 여전히 ‘도도새’의 이미지로 미국을 둘로 분열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싸움닭 트럼프가 “가지 말아야 할 길”(빌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 폭로 등)과 “예측하지 못했던 길”(빌의 여자들과의 기자회견)을 선택함으로써 한 달 남짓 남긴 미 대선을 더욱 불확실성의 늪으로 빠뜨렸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분열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미국 폭스채널과 내셔널포스트 지는 이와 관련 “링컨과 더글러스의 토론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혹평했다. 링컨-더글러스 토론은 명실상부 미국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정책토론이었다면, 힐러리-트럼프 토론은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감정싸움이었다는 얘기다.

▶‘싸움닭’ 대 ‘도도새’의 대결…감정에 휩싸인 미 대선= 트럼프는 말그래도 ‘싸움닭’이었고, 클린턴은 ‘도도새’였다. 워싱턴 정치분석매체인 ‘쿡 정치보고서’의 에이미 월터 선임편집자는 “참호전(양면전쟁ㆍTrench Warfare)을 연상케 하는 토론이었다”며 “역대 가장 추악하고 분노로 가득 찬 토론이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난투전이 이어졌지만, 변화는 없었다. 그것이 이번 대선의 핵심”이라고도 평했다.

전체적인 대선 판도는 바뀌지 않았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지지했고, 힐러리의 지지자들은 힐러리를 지지했다. 다만, 이들을 위한 정치적인 ‘쇼’는 있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토론에 대해 “트럼프가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며 “힐러리의 약점들을 공격하면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월터 역시 ‘쿡 정치보고서’에 “트럼프는 힐러리를 공격했고, 힐러리는 도도하게 방어하려 했다”라며 “각각의 모습으로 지지기반을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 바뀐 건 없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이 되면 힐러리를 감옥에 보내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에도 민주당 측은 “미국 법체계를 무시했다”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제프리 리드 공화당원 등 트럼프 지지자들은 “힐러리와 같은 엘리트 정치인이 법망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며 좌절한 국민들의 분노를 풀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CNN과 여론조사기관 ORC가 이날 공동실시한 TV토론 시청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3%는 트럼프의 공격적인 발언을 놓고 “예상보다 잘했다”라고 답했다. CNN과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를 토론의 승자로 꼽은 응답자가 많았다. 반면 미국 온라인 신문 ‘드러지 리포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92%가 트럼프를 승자로 꼽았고, 밀레니얼 유권자들은 SNS 상에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나타나며 분노를 표출했다.

▶21세기판 남북전쟁 재연되나?= 미 선거 전문가들은 사사건건 타협점 없는 두 후보의 극단의 갈등이 미국 사회를 둘로 쪼개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심지어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를 놓고 남북전쟁(Civil War)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는 음담패설을 비롯해 무슬림 정책 등에서 힐러리와 트럼프 뿐 아니라 두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첨예한 대립으로 감정싸움만 소모하고 있는 미국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문재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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