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대반전…“지급 강요한 적 없다”며 한발 물러서는 금융당국

대법원 판결에 금감원 강경입장 선회 배경 관심

13일 진웅섭 금감원장 자살보험금 발언 주목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대법원 소멸시효 판결과 관계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vs. 업계에 강요한 적 없다”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에 대해 얼마전까지만 해도 초강경 입장을 보이던 금융감독원이 최근 슬그머니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3일 금감원 국감장에서 진웅섭 원장이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어서 그의 입에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교보생명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자살보험금 청구권은 소멸시효 기간이 완성돼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멸시효 2년이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대법원의 판결이 나기도 전에 “대법원 소멸시효 판결과 관계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사법기관의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앞서간다는 이유에서다.

항간에는 자살보험금을 두고 다른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금감원이 내부 ‘함구령’을 내렸다는 설마저 돌았다.

대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이같은 입장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 보였다.

보험사에 대해 강력한 행정제재를 취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보험사와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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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주들어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지급을)업계에 강요한 적이 없다”며 돌연 입장을 바꾸는 모양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번도 업계에 지급을 강요한 적이 없다. 대법원 판결이 난 마당에 행정당국이 사법영역을 방해하는 것은 상식을 뛰어 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도 자살보험금을 주는 게 맞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지 강요하지 않았다. 일부 사람들과 언론이 오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대법원의 판결을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업법을 위반한 보험사 모두에게 행정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이전부터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금감원이 돌연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강조하고 나서자 일각에서는 지난 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한 발언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임 위원장은 지난 6일 “소멸시효를 인정한 지난달 30일의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이는 보험사 현장조사를 하고 있는 금감원도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업계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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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보사 관계자는 “대법원은 소멸시효가 경과된 건에 대해서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지만, 금감원은 약관대로 이행하라고 압박해왔다”면서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하면서 다시 업계 자율이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재해사망보험금 약관에 따라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지급을 권고 받은 14개 생명보험사에 대해 조만간 보험업법 위반으로 과징금 이상의 행정 제재를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급 여부와 상관 없이 제재를 가하지만 소멸시효를 이유로 금감원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삼성ㆍ교보ㆍ한화생명 등 대형 생보사에 대해서는 이미 지급을 결정한 보험사와 다른 수위의 징계가 내려질 전망이다.

현재 금감원이 보험사에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기관 제재는 허가취소다. 경영진에 대한 인적 제재로는 면직ㆍ해임권고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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