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X파일]서울대 시흥캠퍼스, 그릇보다 콘텐츠다.

[헤럴드경제=김영화 기자]11일 서울대생 1000여 명이 총장실을 점거했다고 합니다. 학교가 추진 중인 시흥캠퍼스 조성 계획을 철회해달라는 게 학생들의 요구입니다.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에 다시 먹구름이 꼈습니다.

지난 8월 서울대가 시흥시ㆍ한라와 체결한 실시 협약에 따르면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은 올 하반기 첫삽을 뜨고, 2018년 3월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갈 길이 멉니다. 그간 ‘퍼주기’ 논란에 휘말려온데다 학내 반발이 만만찮고 외부 시선도 곱지만은 않습니다. 결국 사업의 성패는 새 캠퍼스에 어떤 콘텐츠를 담느냐에 좌우될 공산이 큽니다. 


시에 따르면 배곧신도시 지역특성화 사업인 시흥캠퍼스 조성은 한라가 시로부터 평당 80만원에 매입한 신도시내 90만여 ㎡의 부지에 아파트를 지어 남긴 돈으로 3000억원 이상의 건물을 무상으로 지어 서울대에 기부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시 관계자는 실시협약 체결 당시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현 분양시장 호황을 감안할 때 시흥캠퍼스의 건물가치는 45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이유로 서울대 시흥캠퍼스는 사업 초기부터 특혜 시비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서울대가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학내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특히 대학 측의 시흥캠퍼스 추진이 일방적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오현석 서울대 기획부처장은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학생 상당수가 반대하는 기숙형 대학 조성 계획이 실시협약에서 빠졌다”며 “실시협약을 맺기전 따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것은 그동안 수차례 학생들과 논의했던 내용과 협약내용이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실시협약은 사업을 시작한다는 큰 틀의 합의”라며 “세부 내용을 정하는 과정에 학생들의 참여를 제도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시협약 체결 후 두달 여가 지난 지금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오히려 학생들과 대학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 모양새입니다.

새 캠퍼스 조성이 국립대 구조조정에 반하는 팽창주의 정책이란 지적도 들립니다. 학내 시내버스가 다닐 만큼 관악캠퍼스가 넓은데다, 앞서 추진된 서울대 평창 캠퍼스가 기업, 학생 유치에 애를 먹어 당초 청사진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이런 와중에 시흥캠퍼스까지 추가로 조성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안팎의 반발에 맞닥뜨린 서울대는 새 캠퍼스에 어떤 콘텐츠를 담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물론 콘텐츠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교수, 학생들과의 활발한 소통과 의견 수렴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알맹이 없이 몸집만 키웠다는 비난은 두고두고 가시가 될 게 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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