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일-가정 양립은 기업 생존 전략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과거 지독하게 가난했던 때가 있었다. 가난에서 벗어나는 비법은 따로 없었다. 오로지 밤낮없이 일하고 또 일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성공했다. 지금은 다르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융합과 인공지능의 시대다. ‘맹목적인 부지런함’은 더 이상 옳은 전략일 수 없다. 오히려 폐해다.

기업 현장의 변화는 더디다. 여전히 ‘밤샘근로’는 성실한 근로자의 ‘필수덕목’이요, 가정의 포기는 엘리트 근로자가 거쳐 가야하는 ‘필수코스’다. 실제로 2014년 기준 연 근로시간이 무려 2124시간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다. 독일 근로자와 비교할 때, 무려 350시간(약 4개월) 더 일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습관성 야근’이다. 근로자에게는 ‘스트레스’요, 기업에게는 ‘비용’이다. 하지만 생산성은 ‘제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수직적’이고 ‘남성중심적’인 기업문화도 여전하다. 남녀 임금 격차는 OECD 국가 중 수년째 1위다. 세계경제포럼의 성차별 지수 역시 최하위권이다. 이쯤되면 최첨단 IT 강국 대한민국을 일군 우리 기업이 정작 안으로는 1980년식을 고수하는 셈이다. 바꿔야 한다.

문제는 관행의 벽이 너무 높다는 것. ‘제도 따로, 현실 따로’다. 상사가 퇴근하지 않았는데, 먼저 퇴근하는 간 큰 근로자는 드물다. 휴가도, 육아휴직도 마음 단단히 먹어야만 한다. 이게 현실이다. ‘전시용 장식품’처럼 방치될 것이라면 없느니만 못하다.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기업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첫째, 기업의 인식이 변화해 한다. 일가정양립은 여성근로자에 대한 특별한 배려나 은혜가 아니다.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요 ‘투자’다. 글로벌 기업들이 일가정양립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주, 페이스북은 17주간의 유급육아휴직제를 도입했다. 여성인재의 경력단절을 막아 생산성을 높여야 했기 때문이다.

둘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일가정양립을 부담스러워 한다. 생소하고 막연해서다. 몰아세우는 것만이 능사일 수는 없다. 기업이 스스로 엄두를 내게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대체인력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 제도활용이 용이해야 한다. 지금처럼 근로자에게 맡겨 놓은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내눈치법’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출산과 육아가 고민인 근로자에게 기업이 먼저 챙겨주면 어떨까. 회사가 미치도록 고마울 것이다. 부디 회계부서마냥, 일가정양립을 챙겨줄 전담부서가 기업마다 만들어 지는 날이 왔으면 한다. 넷째, ‘선택과 집중’의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은 전문가조차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일가정양립제도들이 산재해 있다. 그 중에는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들도 있다. 이참에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앨빈토플러의 말대로, 우리 기업에 창의성이 끼어들 틈이 없다. 이제 ‘메이드인코리아’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신기술개발만이 해법일 수는 없다. 일터와 가정 모두에서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 그게 진짜 ‘미래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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