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초유의‘옷자락효과’직면하나…공화의원 4분의 1“트럼프 지지 거부”

미국 공화당 주지사와 상ㆍ하원 의원 중에 4분의 1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거부했다. ‘옷자락 효과’가 두려운 공화당원들의 트럼프 지지철회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기준 공화당 출신 주지사, 상ㆍ하원 의원 가운데 26%가 트럼프 지지를 거부하고 있다. 공화당 출신 주지사 31명, 상원의원 54명, 하원의원 246명 등 총 331명 가운데 87명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수의 고위 당원들이 대선후보 지지를 거부하는 일은 유례없는 일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밋 롬니 대선후보 지지를 거부한다고 밝힌 당원은 오직 3명이었다.


CNN방송은 이에 대해 “트럼프의 ‘옷자락 효과’가 두려운 공화당원들이 잇따라 지지를 철회하고 선 긋기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도 “무당파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완전히 돌아설 것이라는 확신이 강해지면서 후광효과를 우려한 공화당원들이 잇따라 캠페인을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의회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투표용지 맨 위에 적힌 대통령 후보를 선택한 후 상ㆍ하원 의원도 같은 당 후보를 고르는 성향이 강하다. 이를 ‘옷자락 효과’(Coattail Effect)라고 부른다. 문제는 트럼프의 음담패설 논란과 경쟁자를 ‘감옥에 넣겠다’라는 무법적인 발언이 상ㆍ하원 선거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표를 갉아먹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장 공화당의원들은 기존 공화당 지지자들의 이른바 ‘낙선투표’(Down vote)를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에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힐러리를 지지할 수 없는 지지자들이 무효표나 제 3당 의원에 표를 던지면서 판세가 불리하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로브 제스머 전 공화당 전당대회위원은 폴리티코에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끝까지 ‘콘크리트 지지층’이 되어줄 지는 모르는 일이다”라며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공화당 지지자 중 트럼프에 돌아서는 지지자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전날 동료 하원의원들과 컨퍼런스 콜(전화 회의)을 하고 남은 시간을 하원 다수당을 지키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음담패설 파문에 휘말린 트럼프를 방어할 뜻을 없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11일 라이언의 측근을 인용해 라이언이 트럼프에 대한 당의 지지를 완전히 거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 지에 따르면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과 영상이 공개된 이후 30분 동안 총 46명의 공화당 의원이 반응을 보였다. 이들 중 45명은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거나 사퇴를 촉구했다.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인디애나 주지사)는 트럼프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지만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

한 공화당 지도부인 한 상원의원은 현재 상황을 영화 ‘아폴로 13’에서 이산화탄소가 우주선을 채우기 시작한 위기 상황에 빗댔다. 그는 “지금 우리는 (우주선 밖으로 나와) 우주에 있는 상황”이라면서 “온갖 일이란 일은 다 터졌는데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어떡해서든 방법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치 앞도 예상 못하는 상황 속에서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과 켈리 에요트 (뉴햄프셔) 상원의원은 트럼프뿐만 아니라 힐러리도 지지를 하겠다고 표명했다. 이른바 ‘중립’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 1996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승리할 조짐이 보였을 때도 공화당 의원들은 이와 같은 전략을 통해 상ㆍ하원 선거에서의 입지를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1996년과는 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그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공화당을 지지지는 않는다고 폴리티코 지는 전했다.

신수정ㆍ문재연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