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집중분석②]우리와 같은 듯 다른 대만…해외투자 덕에 느긋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면,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나 환경이 비슷한 대만은 어떨까.

대만은 부존자원이 없고, 적은 인구로 내수시장이 탄탄하지 않아 수출에 의존하는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점이 우리나라와 닮아있다. 65세 인구비율이 10.7%로, 우리나라(11.1%)처럼 노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2001년 이후 부동산 가격은 2.8배 올랐고,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85% 전후(한국 87%)를 차지하는 점도 닮은꼴이다. 저금리 영향으로 빚을 낸 가계가 부동산 가격을 들어 올린 우리나라 상황과 수치상 거의 비슷한 것이다.

하지만 대만은 가계부채에 대해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이다. 대만의 가계부채가 GDP 대비 85%의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것은 2000년 이후 16년이 넘었다. 대만은 10여 년 동안 부채 부담에도 주택시장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가계부채도 디레버리징(부채 정리) 수순을 밟지 않았다.


이처럼 대만이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가계가 현금흐름 창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위원은 “대만은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인 금융자산을 연금ㆍ보험ㆍ해외 등에 투자해 배당ㆍ이자소득을 늘리고 노후 연금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며 “덕분에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꾸준히 주택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 연금소득이나 금융자산이 충분해 자금이 지속적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어 높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가계 자산이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 보니 부동산 가격 변동이 가계부채나 소비심리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대만 가계의 금융자산은 전체 가계 자산의 55.5%(2013년 기준)다. 34.1%에 불과한 우리나라보다 21.4%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GDP 대비 가계 금융자산도 464.4%로, 우리나라(195.5%)보다 2배 이상 많다.

반면 부동산 자산은 우리나라가 대만보다 훨씬 그 비중이 높다. 한국인 가계의 자산 포트폴리오 중 36.5%가 부동산이지만, 대만 가계는 20% 내외에 불과하다.

이처럼 대만의 가계 자산 내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것은 2000년 이후 본격화된 해외 투자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만도 2000년 이후 우리처럼 저금리 기조의 심화와 본격적인 노령화 사회 진입으로 시중 자금이 갈 곳을 잃었다. 이에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해외 투자다. 해외투자로 배당과 이자를 꾸준히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실제로 대만의 소득수지(2015년 기준)는 경상수지 흑자의 22%나 된다. 경상수지의 대부분이 무역을 통한 상품수지인 우리나라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손정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가계의 노후 소득이나 금융자산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국내 가계부채 문제에 시간 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자산의 70%가량을 부동산으로 보유하는 가계들이 은퇴시기에 접어들게 되면 가계부채 타이머가 빨간불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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