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왜 경찰에 신고부터 해?”…학교폭력 피해학생에 대뜸 질책부터 한 선생님

-서울시내 모중학교에서 학교폭력사건 발생

-피해학생 힘들게 경찰에 신고했는데 되레…

-담임 교사는 괜히 작은일 키웠다며 꾸짖어

-학교서도 학폭위 개최 등에 미적미적 ‘논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을 해당 학교가 공식 절차를 무시한 채 처리하려는 정황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서모(52ㆍ여ㆍ서울 노원구 거주) 씨에게 지난 7월말은 악몽에 가까웠다. 중학교 1학년생인 아들 김모(13) 군의 자살 시도를 말리는 생활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늘 밝고 명랑했던 김 군은 거듭된 자살 시도와 함께 공격적으로 변해갔다.

김 군이 이처럼 변한 것은 수개월간 당해왔던 학교폭력 가해자를 경찰에 신고한 것을 두고 담임 교사인 A 씨가 “개념이 없는 아이다. (3자 대면에서) 박 군이 폭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하면 네가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꾸짖은 이후부터다. “수개월간 당한 학교폭력을 경찰에 신고하고, 이를 담임 교사가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는 상황에 대한 아들의 낙심이 컸다”는 것이 서 씨의 설명이다. 

서울 노원구 소재 W중학교 1학년생인 김모 군은 수개월간 거듭된 동학년생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담임 교사는 자신에게 먼저 말하지 않은 김 군을 나무랐고, 학폭위는 물론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징계조치 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헤럴드경제DB]

지난 3월 서울 노원구 소재 W중학교에 입학한 김 군이 서 씨에게 “다른 곳으로 전학을 보내달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부터다. 김 군은 박모(13) 군 등 3명의 동학년생에게 수시로 폭력을 당해왔다. 가해학생들은 김 군을 위협하며 무릎을 꿇린 뒤 심한 욕설을 했고, 김 군의 뺨을 수시로 때렸다. 김 군은 자신이 수개월간 폭행을 당하는 것을 지켜본 동급생의 도움으로 지난 7월 11일 노원경찰서에 이 같은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신고 사실을 전달받은 김 군의 담임 A 교사는 자신에게 먼저 폭력 사실을 알리지 않은 김 군을 질책했다. 이어 담임 A 씨는 학교폭력 발생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김 군과 박 군의 대질 심문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박 군이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하자 A 교사는 서 씨에게는 “김 군이 부족한 것 아시죠”라며 사건의 원인을 김 군에게 돌리려했다. 실제로 김 군은 과거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말더듬으로 인한 언어장애 4급 등으로 따돌림을 당한 경험도 있다.

교육부 학교폭력 예방 홈페이지 ‘도란도란’에는 학교폭력에 대한 올바른 대처방안으로 ‘학교폭력 사안을 인지하거나 목격한 학생이 신고한 경우 그 행동을 칭찬하고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지지하고 격려해줘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보복으로 인한 폭력의 강도가 심해질 수 있는 만큼 성급하게 가해ㆍ피해학생을 대질시켜서는 안되며, 설령 학생이 말한 학교폭력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더라도 피해학생을 지지해주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야기를 꺼낸 학생에게 어떤 결점이 있더라도 해결을 도와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결국 A 씨는 이처럼 교육부가 공지한 기본적인 대처방안 조차 지키지 않았던 셈이다.

학교폭력 피해자 김모 군이 학교폭력에 따른 후유증으로 인해 정신과에서 진료 받은 기록. [사진제공=피해자 김모 군 어머니]

학교 측은 지난 7월20일 3명의 가해 학생 중 한 명인 박 군에게만 교내봉사 3일 및 경찰 교육 처분을 내린 뒤 사안이 마무리됐다며 서 씨에게 통보했다. 서 씨가 경찰관에게 가해 학생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는데, 학교측에서는 이를 근거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았다. 해당 사안에 대해 W중학교 관계자는 “김 군의 어머니는 가해 학생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학교에선 학폭위 개최를 원치않는다고 이해했다”며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점을 인정한다”고 했다.

연이은 자살 시도와 강해지는 공격성 때문에 김 군은 결국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지금까지 병원에 입원해 있다. 현재 김 군은 해당 병원 부설 대안학교에서 학업을 이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서 씨는 학교 관계자 및 노원경찰서 관계자 등이 모인 자리에서 학폭위 개최를 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학교 측은 한동안 아무런 설명없이 학폭위를 곧장 개최하지 않았다. 한 학교폭력대책 전문가는 “지난 2014년 12월 교육부가 개정ㆍ발간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따르면 학폭위는 교사 및 학교 측이 폭력 발생을 인지하는 즉시 개최해야 하며, 이 때부터 14일 이내에 정확한 시행 여부 및 일시를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한 학교 측의 대처는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조치”라는 의견을 보였다.

결국 서 씨는 이런 사실을 지난달 29일 국민신문고에 제보했고, 관할 서울북부교육지원청은 “W중학교에 대해 학교폭력전담기구인 학폭위를 개최할 것을 안내했고, 담임 교사의 발언과 대응에 대해서도 적절한 처리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서 씨에게는 지난 10일에야 오는 14일 오후 4시에 학폭위가 열린다는 통보가 왔다.

W중학교 관계자는 “학폭위 개최가 늦어진 것은 피해 학생의 어머니와 충분한 대화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국민신문고 민원 이후 교육지원청의 학폭위 개최 안내 이전에 이미 계획하고 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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