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美 대선 ①]아군에 총질한 트럼프 “의리없다”…공화당은 내전 중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자신에게 등을 돌린 공화당 인사들에게 비난과 분노가 담긴 ‘폭풍 트윗’ 공격을 했다. 사실상 자신의 아군에게 총질을 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족쇄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공화당 지도부와 달리 트럼프를 중심으로 한 ‘공화당 결집’ 양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음담패설’ 파문 이후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트럼프 버리기 카드’에 트럼프 지지자들의 결집은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공화당 족쇄로부터의 해방’ 선언…트럼프의 ‘폭풍 트윗’ 공격= 트럼프는 11일(현지시간) 공화당 인사들을 겨냥한 트윗들을 연달아 게재했다. 그는 먼저 “2차 토론의 압도적 승리(모든 여론조사)에도, 폴 라이언과 다른 이들이 전혀 지지를 해주지 않아 잘 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썼다. 음담패설 파문 이후 라이언 의장과 30여 명의 공화당 인사들이 사실상 지지를 철회하거나 후보 사퇴를 요구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또 “우리의 매우 나약하고 무력한 지도자인 폴 라이언이 나쁜 전화회의를 했으며, 이 회의에서 공화당 인사들이 그의 배신에 펄쩍 뛰었다”고 적었다. 라이언 의장이 동료 하원의원들과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하고 앞으로 트럼프를 방어할 생각이 없으며 하원 다수당을 지키는 데 매진할 것이란 뜻을 밝힌 데 대해 반격에 나선 것이다.


아군을 향한 트럼프의 저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족쇄가 풀려서 매우 좋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미국을 위해 싸울 수 있다”고 썼고, “배신의 공화당 인사들은 사기꾼 힐러리보다 더 어렵다. 그들은 이기는 방법을 모른다. 내가 그들에게 가르쳐 줄 것이다!”는 트윗도 남겼다.

▶“(트럼프) 지지하지 않는 공화당 후보에 투표하지 않겠다”…공화당은 내전 중= 당내 비난 여론에 대한 트럼프의 여과없는 대응과 함께 공화당은 다시금 내분에 휩싸이고 있다. 이라크전 전사자 부모에 대한 트럼프의 무슬림 비난 발언 직후 격화됐던 극심한 갈등이 또 한 차례 고개를 든 모양새다. 당시에도 트럼프를 비난하며 대신 힐러리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클린턴 리퍼블리컨’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트럼프에 비판을 가하면서도 지지 철회는 피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번 음담패설 논란 후 지지를 공식 철회했다.

트럼프를 두둔하는 흐름도 만만치 않아 공화당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스티브 킹 하원의원은 CNN에서 “그의 좌절감을 이해한다”며 트럼프에 공감을 표했고, 네바다 주의 공화당 전국위원은 CNBC에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공화당 (의회선거) 후보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정권 인수위원장’을 맡은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도 부통령 러닝메이트 티켓 반납 소문을 일축한 마이크 펜스에 이어 지지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라디오 스포츠 토크쇼인 ‘부머 앤드 카튼’에 출연해 논란과 관련해 “나는 그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그것을 들었을 때 정말 당혹스러웠지만 결국 이번 선거는 그것보다 더 큰 이슈”라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의 라이벌이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힐러리는 재앙”이라며 지지를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동일한 의사를 표명했다.

공화당 내 내전은 공화당 인사들의 조력을 받아 대선 막바지 지지율을 끌어 올려야 하는 트럼프에게도 장애물이지만, 공화당 자체에도 악재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공화당의 입장에서도 트럼프 지지 기반까지 흡수해야 상원 다수당의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당장은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WP는 “트럼프가 라이언 의장 등 공화당 수뇌부를 향해 선전포고하면서 대선을 4주 앞두고 공화당 내 극심한 혼돈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시 좁혀든 지지율 격차…트럼프 지지자들의 반격= 이런 가운데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2차 TV토론 후 11%포인트에서 7%포인트로 줄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2차 토론 전날과 당일이었던 지난 8∼9일 이틀간 500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된 NBC방송과 WSJ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힐러리와 트럼프의 지지율은 46%대 35%로 11%포인트 격차였다. 하지만 토론 다음 날인 10일 실시된 400명 대상 여론조사에선 힐러리와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가 7%포인트로 좁아졌다.

여론조사를 진행한 공화당 측 전문가인 빌 매킨터프는 WSJ에 “주말을 거치고 공화당원들은 다시 한 번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공고히 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는 수치에서도 나타난다. 2차 토론 직전에는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를 계속 후보로 밀어야 한다”는 공화당원들의 견해가 39% 정도였으나, 토론 다음 날에는 45%까지 올라갔다. 트럼프를 중도 하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토론 전 14%에서 토론 후에는 6%로 떨어졌다. 토론 후에는 공화당원의 89%가 양자 대결에서 트럼프에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토론 직전에는 이 비율이 7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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