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 미 대법원서 격돌… 승기 잡은 삼성

-상고심 판결 앞서 구두심리

-판세 삼성 유리

-122년 역사 미 디자인 특허 판례 뒤집어질 가능성도

-삼성 배상금 중 일부 돌려받거나 조정 가능성 높아져

-내년초 최종 판결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사상 처음으로 미국 연방대법원 에서 만난 삼성과 애플의 법정 공방에서 삼성이 승기를 잡았다.

11일(현지시간) 오전 10시 워싱턴 DC에 위치한 연방대법원 1층 법정에서 1시간 동안 이어진 삼성과 애플 간 디자인 특허재판 상고심 구두 변론의 판세는 삼성측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이에 따라 내년 초로 예상되는 상고심 최종 결론에서 삼성이 애플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명목으로 지난해 12월 이미 지불한 손해 배상액 5억4800만달러(6300억원) 중 디자인 특허 침해 배상액(4435억원)을 돌려받거나 배상액을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6년째 각종 특허 침해 소송을 벌여온 두 IT(정보기술) 거물이 미 최고법원에서 승부를 겨루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구두심리는 미 대법원이 디자인 특허 침해 배상금 산정 방식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삼성측이 제기한 상고를 미 대법원이 인용해 열리게 된 것이다. 미 대법원이 디자인 특허에 대해 상고를 받아들인 것은 1894년 카펫 관련 소송 이후 122년 만이다.

이번 상고심의 최대 쟁점은 ‘배상범위’로 삼성이 침해한 디자인에 따른 배상금 규모가 타당한지를 가리는 데 있다.


쟁점이 되는 애플의 디자인 특허는 ▷검은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규정한 특허(D677) ▷액정화면에 베젤(테두리)을 덧댄 특허(D087) ▷계산기처럼 격자 형태로 애플리케이션을 배열한 특허(D305) 등 3건이다.

삼성은 애플의 디자인특허 3건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지난 2012년 1심과 2015년 2심에서 총 3억9900만달러(약 4435억원)의 배상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2010년 출시된 스마트폰 ‘갤럭시S’ 판매 이익금 전체 규모에 해당하는 액수다. 삼성은 해당 디자인 특허가 삼성전자 스마트 기기의 가치에 1%만 기여하는데도 이익의 100%를 가져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삼성 측 캐서린 설리번 변호사는 이날 25분간의 변론에서 “20만 개 이상의 특허기술이 어우러진 복합기술제품인 스마트폰이 3건의 디자인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스마트폰 판매 이익금 모두를 배상하도록 한 19세기 특허법을 첨단기술시대인 21세기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1887년 제정된 미국 특허법(289조)은 침해된 디자인 특허가 제품의 일부 구성 요소에만 적용됐더라도 전체 제품의 가치나 이익을 손해산정의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스포츠카의 경우 디자인과 전혀 상관이 없이 주목을 끄는 많은 다른 특징들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스포츠카나 폴크스바겐의 ‘비틀’을 살 때, 디자인 일부만 보고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미 정부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나온 브라이언 플래처 법무부 차관보도 “복수의 부품으로 구성된 제품에서는 배상금을 디자인이 적용된 부품에 의한 이익으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사실상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새뮤얼 앨리토 대법관도 “스포츠카를 살 때 디자인뿐 아니라 크기, 연식, 성능 등을 골고루 따져보고서 산다고 생각하는데, 외관이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 보느냐”고 플래처 차관보에게 물었다.

애플도 사실상 배상액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는 모습이었다.


애플 측 세스 왁스먼 변호사는 배상액 산정과 관련, “배상액은 1, 2심 배심원단이 판단한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에 한 대법관은 “폴크스바겐 비틀의 독특한 외관이 차량 판매 이익의 90% 정도를 끌어냈다고 보느냐”고 물었고, 다른 대법관은 “특허를 침해한 일부 디자인으로 인해 스마트폰 이익금 100%를 배상금으로 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구두 심리는 이어 삼성 측의 최종 변론을 끝으로 종결됐다.

연방대법원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날 구두심리를 진행했으며, 내년초 최종 판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삼성과 애플의 첫 미국 최고법원 법정 공방을 보기 위해 250명 이상의 방청객이 몰렸고 일부 시민은 오전 6시 30분부터 대법원 입구에 줄을 섰다. 외신의 반응도 뜨거웠다.

AP통신은 이날 워싱턴DC 연방대법원에서 진행된 삼성과 애플 간 상고심 구두심리를 전하면서 대법원이 삼성에 부과된 배상금 규모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제기했다고 전했고 로이터통신은 대법원이 배상금을 깎아줄 의지가 엿보였다고 분석했다.

bonsang@heraldcorp.com

최상현기자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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