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한국’원칙 재확인…리콜여론 잠재운다

‘세타∥ 엔진’ 탑재 모델 보증 연장

“韓·美시장 소비자 차별대우 없다”

보증기간 지나도 수리비 등 보상

해외서도 지속적 품질 모니터링

현대차가 결함 논란을 일으킨 세타∥ 엔진 탑재 모델에 대해 미국 수준으로 보증을 연장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은 그동안 강조했던 원칙을 재확인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미국 수출 모델과 내수 모델 사이 품질과 서비스에서 차별이 있다는 일부 소비자들 불만에 대해 양 시장 소비자 대우에는 차이가 없다며 동일 원칙을 밝혀 왔다.

이에 따라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 세타∥엔진 상 결함에 미국에서 2011년~2012년식 쏘나타 리콜이 실시되고, 2011년~2014년식 쏘나타는 보증이 연장되자 현대차는 국내에서도 쎄타∥ 2.4 GDiㆍ2.0 터보 GDi 엔진을 장착한 차량의 엔진 보증 기간을 기존 5년 10만㎞에서 10년 19만㎞로 연장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보증을 10년 12만마일(19만3000㎞)로 연장했다.

지금까지 현대차가 국내에서 생산된 세타∥ 엔진에는 결함이 없고, 정상적인 엔진에서도 실린더에 긁힘현상(스커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국내 소비자들 불안 여론이 고조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셈이다.

나아가 기존 보증기간이 종료돼 유상으로 수리한 소비자가 있더라도 이들에게 현대차는 수리비, 렌트비, 견인비 등에 대해 전액을 보상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현대ㆍ기아차는 고객의 관점에서 결정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향후에도 고객 지향의 기술 개발 및 품질 확보를 통해 고객 만족도 향상에 더욱 심혈을 기울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소비자원이 세타∥엔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혹 및 불만을 해소할 수 있도록 조치 계획을 밝혀달라고 현대차에 제기한 요청에 현대차는 일정 수준의 해답을 내놓았다는 평가가 따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제시한 기한은 이달 19일이었지만, 현대차는 이보다 1주일 앞서 조치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다만 최근 블로그에 밝힌대로 미국에서 실시된 리콜은 국내와 별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블로그에서 현대차는 “지난해 9월 미국의 리콜 실시 관련 내용을 국토부에 설명했고, 북미지역을 제외한 국내 및 해외 다른 지역에서는 리콜을 실시하지 않고 지속적인 품질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며 “동시에 최근에도 그 동안의 모니터링 결과 및 기술적 검토 의견을 유관기관에 전달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리콜을 요구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아 이번 보증 연장 대책으로 리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한 포털사이트 내 개설된 세타 엔진 리콜 서명운동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이날 기준 2250명에 이르렀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돼 14일 만에 2000명이 넘는 소비자들이 몰렸다.

이와 함께 본인이 직접 리콜을 신청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세타∥엔진 결함에 의한 리콜이 미국에서만 실시됐다는 지난달 보도 이전에도 미국에서 리콜된 것과 유사한 사유로 5건의 리콜 신청이 제기됐다. 보도 이후에는 같은 사유의 리콜 신청 2건이 이어졌고, 세타∥ 엔진의 단순 소음 11건, 오일 누유 2건까지 포함하면 보도 후 제기된 리콜 요청은 총 15건이다. 이에 누적으로 따지면 세타∥엔진 관련 리콜 신청은 총 20건에 달한다.

현재 세타∥엔진의 경우 국토부 지시에 의해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이를 위해 지난 10일 현대차에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통보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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