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깨진 국회, 국회선진화법 ‘숨은 1인치 찾기’ 편법 경쟁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국회선진화법의 허점을 찾아라. 협치가 요원한 여야가 앞다퉈 국회선진화법 틈새를 공략, 정쟁에 활용하고 있다. 국회법 틀을 지키니 불법은 아니나, 원래 취지와 무관하니 편법이다. 물리력도 대화도 안 되는 국회가 택한 편법 경쟁이다.

새누리당은 국정감사에서 야권이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증인 채택을 요구하자 이를 안건조정제도로 차단하고 있다. 12일 국회법 57조의 2에 따르면, 상임위가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에는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안전조정위원회를 구성, 90일간 활동할 수 있도록 정해놨다. 즉, 안건조정위에 회부되면 최장 90일간 조정기간을 거치게 돼 해당 안건이 그 기간 묶이게 된다. 이 제도는 여야 간 이견이 큰 안건을 숙의하고자 도입한 제도이다.

새누리당은 법안이 아닌 증인 채택에 이 제도를 적용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야권이 내놓은 세월호법 개정안에도 안건조정을 활용하기도 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안에 대한 안전조정위 회부는 이해가 되지만 어떻게 증인 채택까지 적용하느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회법 내 합법적인 권리 행사이기에 야권도 항의 외엔 달리 방도가 없다.

야권이 맞대응 카드로 내놓은 ‘패스트트랙(법안신속처리제)’도 본래 취지는 처리가 시급한 법안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를 고려한 대안이다. 국회법 85조의 2에는 재적의원 5분의 3, 또는 해당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의 찬성이 있으면 패스트트랙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야권이 5분의 3 이상인)운영위, 환노위, 산자위 등에선 본회의에 상정할 칼이 있다”고 경고했다. 각 상임위에서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규정, 바로 본회의 표결에 부칠 수 있다는 압박이다. 이 역시 여권에선 항의 외엔 달리 법적으로 반발할 수단이 없다. 여야가 주장하는 안전조정위도 패스트트랙도 모두 합법적 권리행사이지만 본래 취지와는 어긋난다. 


올해 초에는 법안을 ‘고의로’ 부결하는 일도 벌어졌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추진하던 새누리당은 야권이 이를 반대하자 운영위를 단독 개최, 개정안을 고의로 부결시켰다. 국회법 87조에는 상임위에서 부결된 법안이 7일 이내에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다면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위해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스스로 본인의 법안에 반대를 표한 셈이다. 이 역시 국회법 내 일이다.

여권은 적법한 절차라며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 야권은 “상임위에서 부결한 법안을 다른 의원들이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한 번 더 의사결정을 해보자는 취지로 도입된 조항을 꼼수로 적용했다”고 반발했었다. 결국, 당시 선진화법 개정은 무산됐지만, 여야 협치가 요원한 이상 언제든 ‘상상 이상의’ 법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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