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둘러싼 정부와의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넉달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데는 가계부채의 심각성 등 최근의 국내외 경제상황이 기준금리를 섣불리 인하하기에 녹록지 않다는 판단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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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부의 8.25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급증세가 지속되고 있어 금통위의 금리 결정에 큰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한은이 발표한 ‘2016년 9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에 비해 6조1000억원 증가한 68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9월 기준 2008년 통계편제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동안 5조3000억원 늘어난 517조9000억원으로 집계돼 2008년 이후 9월 중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제2 금융권 대출이 늘어나 가계부채의 질 또한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금통위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 여신전문회사의 가계대출(할부 등 판매신용 제외) 규모는 51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5% 증가했다.
이처럼 가계부채 및 신용위험이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통위가 섣불리 금리에 손을 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기정 사실화 된 것도 중요하게 고려됐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 투자자금이 고금리를 좇아 빠져나가면서 경기 흐름이 꺾일 수 있다.
수출이 다시 전년동기대비 감소세로 돌아서고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라는 변수까지 선제적으로 던지기에는 무리였을 것이다.
물론 변수는 있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와 현대차 파업,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지진 및 태풍 등으로 내수 경기에 악재가 될 수 있는 재료들이다.
정부는 경기진작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입장을 취했지만, 앞서 단행한 금리인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현실적 문제가 금리동결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실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0.8% 올랐으나 국민의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0.4% 감소했다. 교역조건이 악화되고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줄었다는 의미다.
금통위는 소비성향이 하락할 경우에는 재분배 경로를 통한 통화정책 효과가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경기가 눈에 띄는 회복세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비절벽에 대한 경계감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기부양을 위한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약발’이 예전 같지 않고, 현재 기준금리가 1.25%로 거의 저점에 도달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마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여서 ‘금리 인하’ 카드를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아껴두자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