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이대로 안된다 ①]이러니 국감무용론…국감 백태

[헤럴드경제=김상수ㆍ장필수ㆍ유은수 기자]‘국정감사(國政監査)’, 입법부가 국정을 감사하는 고유 권한이다. 현실은 참담하다. ‘국정’은 여야 정쟁에 가렸고, ‘감독과 검사(監査)’는 형식논리에 매몰됐다. 매번 반복되는 ‘국감무용론’을 이대로 방치할 순 없다. 올해 국감 현장의 문제점, 전문가의 조언 등을 통해 국감무용론의 현실과 대안을 모색해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지난 9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를 앞둔 풍경이다. 조경태 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박해묵 [email protected]

#.‘국감을 시험으로 치면 의원들은 ‘벼락치기’로 공부한다…평소엔 안 하다가 국감 때 몰아서 하니 제대로 그림 그릴 수가 없다…피감기관장들이 굽실거리는 건 그 때문이다. 더러워도 꾹 참고 그 때만 넘기면 국회의원은 그림이 완성되지 않아도 붓을 놓는다.’

한 공무원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려 회자가 된 글이다. 냉정한 현실이다. 국회는 국감 일정과 형식, 여야 정쟁에 허덕이고, 피감기관은 적당히 시간만 때우면 끝이다. 시민단체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올해 국감에 ‘F학점’을 줬다. 낙제점을 받아도 국감은 또 변함없이 돌아간다.

국감의 권한과 범위부터 문제다. 일정에 맞춰 급하게 자료를 요청하고, 자료제출을 하지 않아도 달리 방도가 없다. 그러니 국감장마다 자료제출 여부를 두고 입씨름이 끊이지 않는다. 국감 시간 상당분은 여기부터 허비된다. 초선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료제출을 하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 국감의 한계”라고 토로했다. 같은 자료를 수십명의 의원이 요청하고 짧은 국감 일정에 맞춰 이에 응하다 보니 행정부도 고충이 상당하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전반적으로 보면 국감을 앞두고 행정부가 거의 한 달 이상 마비된다”고 했다.

한정된 시간 내에 의원의 질의응답을 모두 소화해야 하니 ‘짧게 자극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7분에 답변 시간까지 포함돼 있어 충실한 답변을 들으면 의원의 발언 시간이 줄어든다. 의원이 의혹을 제기하고 피감기관이 답을 할라치면 “네, 아니오 라고만 하세요”라고 말을 끊는다. 예외 없이 모든 상임위마다 벌어지는 풍경이다. 피감기관도 억울하고, 의원도 불가피하다. 김현아 새누리당 의원은 “정책보다 정치적 질문이 많은데 그렇게 질문해야 언론에 노출된다”며 “의원은 언론이 중요하고 질문시간이 짧으니 정책에 초점을 맞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증인 출석이 국감을 지배하는 일도 반복된다. 교문위는 9월 26일부터 10월 7일까지 8차례 국감 중 4차례가 하루를 넘겨 새벽 1~2시에 산회했다. 증인 출석을 놓고 여야가 대결하면서 낮에는 파행하고 저녁에 국감을 시작하는 게 반복된 탓이다. 국감을 위한 증인 채택인데, 오히려 증인 채택이 국감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악순환이다.

정작 어렵사리 출석한 증인도 앵무새 답변을 반복하기 일쑤다. 지난 12일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수사 중이라 말할 수 없다”는 답변을 수십 차례 반복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까지 이를 지적했지만, 이 부회장의 답변은 변하지 않았다.

국감 일정이 20일로 한정되니 정쟁에 휘몰리면 국감 자체가 무용지물화된다. 여권이 불참한 1주차에선 대법원, 기획재정부, 국세청, 경찰청 등 주요 국가기관 98개가 국감을 받지 않았다. 또 같은 기간 137개 기관은 야권 반쪽 국감으로 진행됐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