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터진 탈북, 체제 이상?…‘바닥론’ ‘금수저론’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이 조만간 3만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최근 들어 두드러진 특징은 비교적 출신이나 생활수준이 좋은 중상층의 탈북이 증가한 것이다.

앞서 통일부가 발표한 ‘최근 탈북 동향’자료에 따르면 북한에 있었을 당시 생활수준이 ‘중산층 이상’(상급 중급)이라고 발표한 응답자가 2001년 이전 19%에서 2014년 이후에는 55.9%로 늘었다. 지난 4월 중국내 북한 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북과 지난 8월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망명은 엘리트층 탈북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를 놓고 통일부는 북한 체제 및 독재에 대한 염증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김정은 집권(2012년) 이후 계속된 숙청과 공개처형 등 공포정치에 위협을 느껴 북한을 등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체제 이상’ 등으로 해석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닥론=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탈북민이 늘어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일종의 ‘바닥’을 찍고 이제 막 올라오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2000년대 이후 국내입국 탈북민은 2001년~2005년 연평균 1250명에서 2006년부터 2000명대로 늘었다. 그러다 김 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 1502명으로 감소한 뒤 2013년 1514명, 2014년 1397명, 2015년 1275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올해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3000명에 육박했던 2009년(2914명)에 비하면 절반도 못되는 수준이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탈북 단속망을 촘촘히 하면서 급감한 탈북민이 새로운 탈북루트의 개발 등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 위원장의 북한 주민들의 지지도가 지난해 58.1%에서 올해 63%로 4.9%포인트 상승했다는 지난 8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탈북민 의식 조사결과 역시 탈북민수 증가를 북한의 급격한 변화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일 사망 후 작년까지 매년 탈북자 입국 수가 절반 이하로 감소했는데 작년에 비해 올해 탈북자가 증가했다고 해서 ‘북한 급변사태’와 ‘대량 탈북사태’에 대비하는 것은 정부의 상황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수저론’=엘리트층 탈북이 늘었다는 건 확실한 추세다. 일각에서는 높아진 탈북비용을 중상류층 탈북민 증가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탈북 과정에서 브로커 등에게 지급하는 비용이 올라가면서 웬만큼 부를 축적한 주민이 아니고는 쉽사리 탈북을 결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탈북비용은 북중접견 지역 단속이 강화되면서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국경경비를 보위부로 이관하며 탈북 통제를 강화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탈북방지용 족창(사냥덫)을 제작해 설치했다. 이러한 감시단속 강화로 탈북비용은 1인당 100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무사히 남한에 들어왔을 때 주어지는 초기정착금 70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정착금으로 사후에 탈북비용을 내는 탈북 과정을 감안하면 탈북도 돈이 있어야 가능한 상황이라고 한 대북소식통은 지적했다. 여기에 남한에서 탈북민들의 삶이 녹록지 않다는 소문이 퍼진 것도 맨몸으로 남한행을 감행하는 빈곤층 탈북민이 줄어든 이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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