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조선도 한진해운처럼 만들 셈인가

정부가 대우조선의 처리문제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고민하며 시간보내다가 유동성 부족으로 정상화는 커녕 매각도 못하고 회사만 공중분해 위기에 놓인 한진해운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

극심한 수주가뭄으로 대우조선의 유동성 위기는 심각한 상황이다. 대우조선은 당초 연간 62억달러 수주를 전망하고 정상화 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난 8월 말까지 실제 수주액은 10억 달러도 안되고 연말까지 잘해야 30억 달러를 밑돌 전망이다. 반토막도 안되는 셈이다. 신규 수주 계약금 들어오지 않으니 현금이 마를 수 밖에 없고 자본금마저 바닥났다. 신규 자금 수혈이 시급하다.

하지만 정부 관련부처들은 서로 다른 목소리만 낸다. 회생쪽엔 금융당국이 서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 산은과 수은의 13조원대 손실을 방지하고 국민경제적 충격을 막기위해 대우조선의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도 국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을 위해 지원키로 결정한 4조2000억원 외에 추가적인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하며 정부와 산은 간에 생존전략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작동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 관련 부처는 빅2체제로 조선산업을 구조조정 하자는 입장이 강하다. 두달동안 공식발표를 미뤄 온 맥킨지 보고서가 이 시점에 실체를 드러낸 것과 무관치 않다. 보고서는 3년 연속 5조원의 적자를 낸 대우조선이 앞으로도 2020년까지 3조3000억원의 자금 부족을 겪게 돼 독자생존은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결론지었다. 맥킨지는 재무구조가 튼튼한 현대중공업은 자율적 구조조정으로, 삼성중공업은 다음 달 예정된 1조1000억원의 유상증자로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빅3체제인 국내 조선산업을 빅2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론인 셈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우조선의 상황이 어려워도 신규 유동성을 넣을 수 없다는 대원칙은 변하지 않았다”고 산자부에 힘을 실어줬다.

이제는 살릴 것인지 죽일 것인지 대우조선의 향배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어떤 쪽이든 부도나기 전에 결정해야 한다. 공적자금 더 붓고 더 강한 구조조정 계획을 짜든 빅딜을 하든 회사가 멀쩡히 돌아갈 때 가능하다. 지금 남은 자산이라도 쪼갤 것 쪼개고 팔 것 팔려면 부도가 나서는 안된다.

적어도 한진해운의 전철을 또 밟을 수는 없다. 한진해운은 희생양 삼을 주인이라도 있었다. 대우조선의 주인은 다름아닌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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