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연좌제 폭탄’

전기 많이쓰는 가구로 이사땐 누진제 그대로 승계…검침일 따라 요금 7% 격차 논란도

#. 최근 다른 동네 아파트로 이사한 가정주부 김모(43) 씨는 전기요금 때문에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 김 씨가 이사한 집의 전 세입자는 8월 초부터 일주일간 전기 160㎾h를 사용한 뒤 관리비를 정산하고 다른 곳을 이사갔다. 그런데 김 씨는 관리사무소로부터 8월 남은 기간 동안 쓴 전기는 160㎾h부터 계산됐다는 말을 들었다. 150㎾h 부터 누진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씨는 2배 비싼 전기요금을 물었던 셈이다. 김 씨는 “이사 가면 가스요금은 앞 사람 것과 딱 구분해 계산이 되는데 왜 전기요금은 다른지 이해되지 않아 한전에 문의했다”며 “그런데 한전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는 답만 되풀이했다”고 답답해 했다. 지난 여름 한반도를 달궜던 더위는 물러났지만 전기요금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누진제로 인한 요금 폭탄을 맞는 것은 물론 이거니와, 전에 살던 세입자의 누진구간을 물려받는 ‘연좌제’ 때문이다.

일정 규모를 넘는 아파트는 ‘단일계약’이라는 것을 맺는다. 한전이 초고압전기를 아파트 단지에 보내면 관리사무소가 이를 분배해 검침하는 방식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새로 이사 온 사람의 전력 사용량을 0kWh부터 계산하려면 한전이 해당 가구의 누진 요금을 깎아줘야 한다”며 “한전이 전기료를 깎아주지 않기 때문에 지금 방식으로 계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전 측은 “이사 가는 사람이 누진 구간 이상으로 썼으면 쓴 것보다 전기요금을 조금 더 내고 가면 되겠지만 이사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의 개인 간 거래에 일일이 관여하긴 힘들다”고 했다.

전기요금 누진제가 검침일에 따라 달라지는 데 대한 불만도 이어진다. 검침일에 따라 최대요금과 최저요금의 차이가 7ㆍ8ㆍ9월 최대 7%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전국 1170가구의 시각별 원격검침 자료를 통해 자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권 의원실에 따르면 1년동안 3000㎾h를 사용하는 집의 경우 매달 12일에 검침을 하면 연간 50만 1300원의 요금이 나온다. 그런데 검침일을 26일로 바꾸면 7만원 가까이 요금이 덜 나온다. 한전 측은 “검침일 차이에 따라 전기요금이 달라지는 정도가 0.4%에 불과하다”고 해명해왔다.

한편 최근 법원은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해 “현행 누진제의 정당성을 가릴 명시적인 기준도 존재하지 않고, 이를 판단할 총괄 원가 등 자료도 제출되지 않아 한전의 약관을 무효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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