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포식자들] 동네빵집 위한 ‘中企 적합업종’…해외 베이커리만 빵빵해지다

대기업 진입장벽 외국계엔 적용 안돼
글로벌 업체 잇단 진출 3년간 20여개

골목빵집 등 영세 자영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시행됐지만 정작 이득을 본 것은 ‘외국계 업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자 정보에 따르면 베이커리가 중기적합 업종으로 지정된 2013년 이후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 베이커리 브랜드는 20여개를 훌쩍 넘는다. 이중 대다수는 외국계 글로벌 베이커리 브랜드다. 다수의 외국계 업체가 베이커리 제품과 함께 커피를 판매하는 디저트업체로 성업 중이다.

지난 2013년 프랑스의 ‘브리오슈도레’와 미국의 ‘쿠쿠루자’가 들어온 이후 이듬해엔 12개의 해외 베이커리 브랜드가 한국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에 진출한 업체에는 프랑스의 ‘피에르에르메’ ‘곤트란쉐리에’ 일본의 ‘핫피돌체’ 미국의 ‘주니어스치즈케익’이 대표적이다. 2015년에는 일본의 ‘르타오’가 점포를 냈다.

외국계가 점령한 골목상권에서 ‘동네 빵집’은 계속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사진은 30~40년의 경헙을 가진 빵분야 전문가들이 뭉쳐 만든 동네빵네협동조합(서울특별시 은평구 신사동 35-19번지 1층). [헤럴드경제DB]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013년 이후 일부 식음료 업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사업 진출과 신규 점포 출점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법에 따라 대기업 베이커리는 각 매장간 500m 제한, 전점포의 2% 내 출점만 가능하다.

하지만 해외 브랜드에 대한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외교통상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업체들이 성업하는 사이 한국계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는 설 자리를 잃었다. SPC 파리바게뜨 가맹점은 2013년 2월말 3227개에서 지난해말 3354개로 3년간 127개(3.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CJ푸드빌 뚜레쥬르는 같은 기간 1280개에서 1275개로 오히려 5개(0.4%) 줄었다. 중기업체를 살리기 위한 법이 되레 외국계 베이커리 배를 불리는 셈이 되고 있다.

해외 베이커리 업체들은 하루아침에 생겼다가도 쉽게 한국에서 철수를 결정하곤 해 가맹점주들이 곤혹을 치르는 사례도 발생한다. 비싼 돈을 내고 창업했는데 한국에서 철수하면 영업을 시작한 가맹점주들은 ‘닭쫓던 개’가 되고 만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빠진 자리에 들어온 신흥 외국계 강자들이 골목 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중기적합 업종 지정제도는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게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제39차 전체회의를 열어 제과점업을 포함해 올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기한이 끝나는 품목의 재지정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베이커리와 중식당, 한식당을 포함한 8개 업종이 들어 갔다. 8개 업종은 추가로 3년간 법의 보호를 받게 됐다.

김성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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