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씨 사망 이후] 유족 직접 찾아간 경찰서장…10분도 안돼 부검 협의 결렬

3차 협상 시한도 넘기자,…종로경찰서장이 직접 빈소 방문

“명분 쌓기”라는 비판에 “유족에게 필요성 계속 설득하겠다”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난해 11월 1차 ‘민중총궐기 시위’ 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혼수상태에 빠진 끝에 숨진 백남기 씨의 부검 협의에 대해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직접 유족들에게 찾아가 협의를 요청했지만, 10분도 안돼 협의가 결렬됐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유족 측은 “경찰이 명분 쌓기를 하고 있다”며 경찰을 비난했다.

백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13일 오후 2시께 찾아온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협의에 앞서 취재진에게 “부검 영장 집행과 관련해 유족에게 협의를 촉구하기 위해 찾아왔다”며 “협의 일시를 정해달라는 내용의 4차 협의 공문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협의는 홍 서장과 유족 측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이정일 변호사와 조영선 변호사가 진행했다. 그러나 홍 서장은 협의장이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상담실에 들어간 지 10분 만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협의장을 나서며 홍 서장은 기자들에게 “영장 유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협의에 적극 응해줄 것을 촉구했다”며 “영장 집행과 관련해 입장 변화를 기대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또 “유족 측은 현재까지 부검을 전제로 한 협의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부검 영장 집행을 위해 다른 경찰 관계자가 방문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13일 오후 유족 측과의 협의를 마치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및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는 홍 서장이 방문 뜻을 전한 직후인 이날 오후 1시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문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변호사는 “협의와 관련된 내용에 관해서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법률 대리인이 공문을 종로경찰서에 찾아가 수령하겠다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찾아와 전달했다”고 비판했다.

유족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홍 서장이 직접 방문해 4차 협의 공문을 전달하자 협의 직후 투쟁본부는 “영장 강제 집행을 위한 명분 쌓기용 방문”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선범 투쟁본부 언론팀장(한국진보연대 정책국장)은 “투쟁본부는 협의에서 영장 원문 공개를 다시 요청했지만, 경찰은 개인 신상정보 등을 이유로 들며 거부했다”며 “협의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아 공문만 전달받고 협의를 마쳤다”고 했다. 이어 “협상 내내 일체의 유감 표명조차 없었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는 협의도 없다는 입장은 변함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계속해서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간을 갖고 영장 집행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계속 협의를 진행하겠다”며 “다른 수사 관계자가 빈소를 찾아 유족과 협의할 의향도 있다”고 했다.

유오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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