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밥 딜런 문학상 선정으로 더 단단해진 노벨상의 권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밥 딜런이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 속에서 새롭고 참신한 시적 표현들을 창조해 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위원회는 “밥 딜런은 귀를 위한 시를 쓴다. 그의 작품은 시로 옮겨놔도 완벽하며 그는 위대한 시인”이라고 덧붙였다.

대중가수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1901년 노벨상 시행 이후 처음이다. ‘순수문학의 위기’라거나 스웨덴 한림원의 ‘코미디’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않지만 그의 문학성 자체엔 모두가 공감한다.

대중음악의 가사를 시적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노랫말에는 인간, 종교, 정치, 사랑, 반전, 반핵 등과 같은 사회성 짙은 주제가 깔려있고 문학성 높게 표현된 메시지들로 가득찼다. 그가 쓴 시는 미국 교과서로 쓰이는 ‘노턴 문학입문서’에도 실릴만큼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미국 대학가엔 ‘밥 딜런 시 분석’ 강좌도 여럿이다.

밥 딜런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자주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그가 대중음악 뮤지션이라는 점에서 후보군에 포함되는 것까지가 한계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스웨덴 한림원은 그를 수상자로 선정했고 이는 상당한 의미를 시사한다.

외신들은 기존에 소설과 시 장르에 국한된 순수성을 넘어선 파격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미 노벨상의 파격은 지난해 시작됐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논픽션만을 쓰며 ‘목소리 소설’이란 새로운 문학장르를 탄생시킨 벨라루스 출신의 언론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였다. 리얼리티를 담은 목소리가 문학으로 인정받았는데 ‘멜로디를 붙인 시’도 문학으로 평가받는 건 전혀 놀라울 게 없다.

노벨문학상은 ‘이상적인 방향으로 문학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여를 한 이에게 수여하라’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만들어졌다. 오히려 밥 딜런은 노벨상의 출발 목적에 가장 적합한 인물중 하나다. 대중음악 뮤지션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적어도 자격시비는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정체를 거부하고 문학의 지평을 넓힌 한림원의 자세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은 진화하는 것이다. 박제화된 지식은 발전을 불러올 수 없다. 진화는 파격을 수용할 때 이루어진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노벨문학상 발표가 일주일이나 미뤄질만큼 한림원 내부에선 논쟁이 치열했다. 한림원은 전통과 정체 아닌 파격과 진화를 택했다. 그래서 115년 노벨상의 권위는 더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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