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업에 국운 건다면서 이해는 태부족인 벤처투자 현실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투자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높아져야 한다는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의 지적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창업 활성화는 국운(國運)이 걸린 일이라고 너나 할 것없이 강조하지만 정작 이를 이해하고 밀어주려는 분위기는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한 법적용으로 벤처창업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하다.

그가 이런 말들을 쏟아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벤처창업 이해 부족과 무리한 법 적용의 희생양될 뻔 했기 때문이다. 호 대표는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동영상 공유사인트 비키를 설립한 뒤 일본 기업에 2300억원에 넘겨 이름을 날린 대표적 벤처창업가다. 이후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벤처투자회사 더벤처스를 설립해 국내 창업투자에 많은 헌신을 해왔다. 그런 그가 팁스(TIPS,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프로그램) 참여 기업의 지분을 과도하게 취득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넉달 가까이 구치소에서 지냈다. 다행히 최근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국내 벤처 토양이 얼마나 척박한지 여실히 통감했을 것이다.

호 대표의 더벤처스는 창업 초기 기업이나 예비창업자 등 아이디어만 있고, 사업화가 안된 벤처들에 주로 투자해 왔다. 단순히 돈만 대는 게 아니라 투자 벤처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보육’까지 책임지는 형태다. 그러니 그 ‘무형의 가치’는 인정돼야 하고 그만큼 지분을 더 받는 것은 당연하다. 호 대표의 지적처럼 같은 1억원이라도 옆집 아저씨가 투자하는 것과 마크 저크버그가 투자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이를 같은 잣대로 취급하면 초기 벤처투자는 성립되지 않는다. 호 대표가 이번 일을 “초기 창업투자에 대한 이해 부족의 결과”로 본 것은 이런 까닭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업정책은 활발하고 적극적인 편이다. 창조경제란 슬로건에서도 그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제도 역시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팁스가 그 좋은 예다. 선정된 운용회사가 스타트업에 1억원을 투자하면 정부가 최대 9억원을 지원해준다. 중소기업청이 해외의 창업 선순환 구조와 사례를 학습해가며 만들어낸 혁신적 제도로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검찰 등 다른 한쪽에선 ‘지분이 너무 많아 의심스럽다’는 식으로 바라보니 도무지 앞 뒤가 맞지 않는다. 검찰과 경찰 등 법 집행을 집행하는 기관도 각 분야의 시대적 흐름을 잘 읽고 이를 거스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벤처 투자자의 역할이 돈줄이 아닌 엄마같은 돌보미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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